지난 수년간 몸담고 있는 단체에  같이 활동해오는 선생이 있다.

스마트한 인상에 점잖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원칙은 꼭 지키는....  나이는 나보다 한두살 아래의 사람이다.
학교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 밟고, 군대 다녀와서,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불과 몇 년 전에서야 제대로 월급을 받는 직장에 취직했다.

지난 3년간 노숙자 진료소 소장을 맡아서 참 열심히 해왔었는데, 작년 후반, 소장직을 이제 그만하겠다고 했다.

모두들 그 선생님의 노고를 익히 아는지라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서 조금만 더 수고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셨다.
건강이 어떻게 안좋은지, 정말 안좋은 건지...... 몇개월 동안 함구하다가, 지난 주에서야 알려주었다.

'Spinocerebellar Ataxia(degeneration)' 

학생 때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병명이다.
소뇌와 척수의 세포들이 퇴화되면서 처음에는 보행 장애를 일으키고, 차차 다른 근육들의 움직임도 둔해지는,  수년 내로 휠체어 신세, 그 후에는 침대에서 생활하게 되는, 치료법도 없는 병이다.

지난주 회의에서 병에 대해 말하면서....
" 제대로 걷거나 서는 사람이 부럽다. 지금은 걷기는 하지만, 외래 환자 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지금같은 진행 상태면, 년말이나 내년쯤에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진짜 장애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차라리 지체장애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그들은 진행이 안되니까."

이 선생은 가장이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 늙으신 부모도 부양해야 한다.

작년 촛불집회 때 온가족이 함께 참석했던 선생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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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1-1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군요...ㅠ.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것이 바로 건강임을 이런분들을 통해서 깨닫고 있는 제자신이 송구스러울따름입니다...

뭐라고 할말이 없군요!..ㅡ.ㅡ;;


마립간 2005-01-1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세계적을 보아도 마찬가지지만)의 소수에는 희귀병 질환을 앓는 분들이 계시지요. 본인이 건강하다는 것이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깍두기 2005-01-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좋은 사람에게 이렇게 불행한 일이 생기는 걸까요. 정말 원망스러워요.

숨은아이 2005-01-1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후...

반딧불,, 2005-01-1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답니까..

balmas 2005-01-1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정말 할 말이 없군요 ......

로드무비 2005-01-1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파란여우 2005-01-13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많이 속상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