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의사의 부당의료에 속고있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질문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의학이고, 누구를 위한 치료인지. 물론, 의사들의 노력과 의학계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전 세대들이 누리지 못한 의학상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절대적인 수준의 상승이 아니다. 이렇게 의료수준이 높게 상승한 가운데에도, 왜 여자들이 부당한 치료와 처치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부고발자(의사이며)이자 타인(남자이다)의 냉철한 고백이 이 책에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을 감탄하면서까지 읽게 되지는 않았지만,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얘기들이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이 책은 미국의 소아과 전문의가 20년 전에 써 낸 책이기 때문이다. 20년 전 미국의 의료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대하면서 공감이 가는 내용이 상당부분 있었다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의료시술과 의사의 태도들이 책에 드러나는 내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 게다.

학창시절 심한 편두통으로 고생하던 나는, 참는 것이 힘들어지면 별다른 주저 없이 진통제를 복용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두통이 영 낫지를 않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내가 진통제를 과용하는 것에 대해 어머니가 우려를 표시하자 의사는 '진통제는 먹는다고 해가 되지는 않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 뒤로, 난 진통제를 먹지 않고 두통을 참고 가라앉히고 결국에는 나쁜 자세에서 비롯된 두통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궁극적으로 그 의사의 발언 덕에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아무리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 테니 아프면 걱정말고 진통제를 먹으라'는 그 의사의 말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딱히 내가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만, 여자로서 가장 심각하게 병원과 의사에게 드러내져야 하는 출산과정을 겪지 않은 나로서는  걱정부터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최근에 출산경험을 겪은 주위사람들에게 들어본 바로도 여전히 여자의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지독하고 끔찍한 경험이 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과정을 겪고, 일련의 단계에 놓일 즈음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품성을 가진 의사들을 만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을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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