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반양장) - 동시대인총서 4:강만길 비평집
강만길 지음 / 삼인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보면 기억하고 싶은 역사--후대에 남길 만한 역사--에 반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역사가 공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보기 좋은 역사만을 남기고 그 외의 역사를 소외시킨다면 그건 진정한 역사라 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기억하기 싫은 오욕의 역사라 하더라도 '역사' 자체로서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비록 좋은, 바른 정도의 길만을 걸어온 찬란한 민족은 아닐지라도, 광명으로 가는 길 위에서 질곡의 현장에 서 있다 하더라도 그 역사는 나름의 가치와 교훈으로 소중히 할 만한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요즘엔 전문적인 사학 차원의 역사인식(교육)에서 '교양역사'로서의 기능이 무시 못할 중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각한다. 여기 그 교양 역사로 가는 중간과정의 책이 있다. 강만길 님의 <21세기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비 전공자(사학)인 나까지도 수없이 들어본 이름 '강만길' 교수님의 역사 비평집이다. 교수라는 직함을 떠나 전문인으로서 역사를 대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과연 우리는 21세기사의 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

'비평집'이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약간은 전문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저자의 생각이나 사상이 많이 들어있어 '진사'에 못지 않게 '사사'를 느끼게 한다. 철저한 준비와 냉철한 시각, 남북의 학술적 교류를 통한 하나의 한국 역사 만들기...

'쉬운 역사', 이른바 '재미있는 역사'에서는 놓쳐버리기 쉬운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 시각(공인된 역사)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국사책에서나 흔히 보이는 사건시기와 발생원인, 의의만을 서술해 무미건조한 '이론적인 사학'과는 다른 객관적인 역사 인식과 그에 따른 분명한 개인적 사관이 돋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좀 어렵다. 뒤쪽으로 읽어 갈수록 학술논문식의 경향... 딱딱한 형식과 난해한 용어... 나에겐 좀 고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직까진 일반인들에게 쉬 다가설 수 있을 만큼에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다.

물론 전문적인 분야의 학술적 표현방식에 대한 불가피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단 책으로 나온 이상 다수에게 선택되어 느껴질 수 있는 책이 목표일 것인데 그 다수-일반인이 수많은 책들이 있는 책방에서 이 책을 선택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듯 쉽다.

'선생님! 담엔 좀 재밌게 써 주세요~'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고, 공적이면서도 작가의 생각과 말이 담겨 있는, 그래서 일반인들에 좀더 쉽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교양서로서의 역사보기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책으로부터의 껍질을 넘어 타인의 가치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독자들의 폭넓은 견문과 포용성은 언제 쯤 가능한가, 그리고 글을 소중히 하지만 책에 집착하지 않는 참 문화인은 될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너와 나에게 던지는 선문답...

다소 전문적이고 고루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그래서 일반인이 읽기에는 약간의 부담은 있을지라도- 그래도 일반인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번쯤은 느껴보고 생각해 볼만한 내용들이다. 인문사회학계의 학자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그 속에서 현실에 맞는 진리를 찾아야 할 것이며, 둘로 나눠진 역사를 하나로 뭉쳐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하느님이 보호하사'라는 수동적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도 보호하는' 능동적이고 활기찬 우리나라, 한민족의 전체의 '역사'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