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 왕 34인의 내면을 통해 읽는 고려사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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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대 왕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다각도의 접근이 이루어진 반면, 고려의 왕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래서 고려의 왕들에 대해 다룬 책을 찾다가 보게 된 것이 이 책이다. 더구나 심리학적인 면에서 본 책이라 하니 호기심이 부쩍 일었다. 역사적 관점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왕 또한 하나의 인간이기에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궁금해졌다.

책은 견훤, 궁예, 왕건 등 후삼국 시대 혼란기를 거치는 영웅들의 모습을 시작으로 왕조가 몰락하기까지의 흥망성쇠를 총 9장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고려의 건국부터 무신정권, 원나라 지배기, 고려의 몰락과 새 왕조의 건국 등 역사적인 순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내용상으로는 역사적 측면보다는 각각의 왕들이 처한 상황과 그로 인해 짐작되는 그들의 심리 상태를 다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에 접하던 책들과는 다른 신선함이 느껴진다.

왕건의 선조인 호경이나 작제건의 설화 등은 이전에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물을 담은 대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지냈던 혜종이나 종교적 치유에 집착했던 정종 등 왕들에 대한 일화는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제껏 고려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고려 왕들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 책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다만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심리학적 서술이 뒤섞인 채 피상적으로 다뤄진 점은 무척 아쉽다. 역사적 사실로 나타난 왕들의 일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심리학적인 분석은 각 일화의 말미에 구분해서 설명해주었다면 훨씬 체계적으로 느껴졌을 법한데, 사실과 저자의 견해가 뭉뚱그려 다뤄진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한 문단 안에 역사적 사실과 심리학적 시각이 뒤섞여 있고 그것이 책 전체에 이어져 있다 보니, 역사적 사실도 충분하게 서술되지 못하고 심리학적인 설명도 깊이있게 들어가지 못한 듯하다.

고려의 왕들에 대해 역사학적으로 다룬 깊이 있는 책을 먼저 읽은 뒤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조금은 더 편하게 읽힐 듯하다. 이제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던 고려 왕들에 대한 책이라는 점에서 또한 심리학적 측면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볼 때, 고려 왕조에 대해 신선한 방식으로 접근한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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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물
수안 글.그림 / 문이당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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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에는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말이 씌어 있다. 집단 우울증에라도 걸린 듯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는 요즘은 그야말로 기댈 곳과 희망이 필요한 때이다.

 

<아름다운 선물>은 통도사 문수원에서 수행 중이신 수안 스님의 글과 그림을 엮은 책이다. 시(詩), 서(書), 화(畵), 각(刻)에 모두 능하다고 알려진 스님의 그림은 때론 아이의 그림처럼 천진난만하고, 때론 선화(禪畵)인 듯 편안하게 감싸준다. 그런 그림을 모두 악필(握筆)로 그리셨다니 더욱 놀랍다. 주명덕 사진작가가 발문에서 말했듯, 악필은 한 획마다 엄청난 공력이 든다고 한다. 그림의 한 획, 한 획마다 온 힘을 다해 정성을 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림에서는 힘겨움이 아닌 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편안함이 엿보이니, 그야말로 깊은 내공에서 나온 그림이 아닐까 싶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스님은 그래서 ‘세상에 스승 아닌 게 없었다’고 하신다. 만나는 사람, 보이는 모든 사물, 접하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는 스승이었다 하였다. 그렇게 보이는 대로 보고, 접하는 대로 느낀 스님이셨기에 그림도 아이처럼 천진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은 그림뿐 아니라 글 곳곳에서도 느껴진다. 아이들은 물론이요, 걸인들과도 친구가 되는 스님의 모습은 글과 그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출가사문이면서도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물욕을 경계해야 하는 스님이면서도 귀한 붓을 갖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스님의 모습은 어딘지 조금 색다르다. 하지만 스님의 그런 모습은 세속의 인연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순수한 동심(童心)’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한편으론 애틋하고, 한편으론 미소가 지어진다.

 

스님의 그림은 1981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국내와 해외 전시회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언어는 달라도 그림에서 느껴지는 동심의 순수함이 외국인들의 마음에도 공감을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어디든 매한가지가 아니던가. 어딘가 기대고 싶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요즘. 선화(禪畵)처럼 마음을 달래주는 글과 그림이 잠시나마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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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떠난 자리 바람꽃 피우다 작가와비평 시선
조성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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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시를 찾아 읽게 된다. 같은 작품일지라도 지금 다시 읽으면, 감수성 넘치던 10대나 고민 많던 20대에 읽던 시와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차이는 아마도 그간 살아온 경험치가 시에 중첩되어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은 예전에 읽던 시나 귀에 익숙한 시인들의 작품들을 읽었다. 요즘은 익숙하지만 해묵은 감성에서 벗어나, 아직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들을 읽는 중이다.

 

<빛이 떠난 자리 바람꽃 피우다>도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시집이다. 이 시집에 관심이 간 것은, 새로운 시집이라는 것 외에 시인이자 건축가라는 작가의 이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시인과 건축가라는 다소 이질적인(?) 조합이 작품에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했었다. 작가의 이력은 작품의 감성이나 시선에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책은 1. 바람이 머문 자리/ 2. 빛과 그림자 길을 따라/ 3. 꽃향기 풀어/ 4. 북한산을 오르고 한강을, 바다가 걷다/ 5. 사랑을 타다 그리고 지하철 등 5부로 나뉘어 있다. 시인은 주변의 일상이나 풍경, 가족들을 매개로 하여 꽤 많은 분량의 시를 실어놓았다. 분량만 보면, 여느 시집과는 달리 꽤 많은 시편(詩篇)이 실린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시에 대한 느낌은 저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작품에 대해 뭐라 얘기하기는 어렵겠다. 내 경우엔 “집은/ 이 터에/ 단지 건축/ 사람의 맘을 새기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건축가>나 <아내의 발> 혹은 시인의 자전적 내용인 <젊은이에게 드리는 짧은 고백> 등이 기억에 남는다. 

길을 가다 보면

모든 게 별것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어느 순간 듭니다.

(중략)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기 가슴하고 마주앉아 말해보세요.

 

진심으로 확아악 털어놓고 편하게

나의 심장에 조근조근 속삭여보세요.

 

-<젊은이에게 드리는 짧은 고백> 일부-

(* ‘확아악’은 책의 오타인 듯)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솔직히 잘 읽히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많은 시들이 같은 작품 안에서 ‘~습니다’와 ‘~하네’, ‘~해요’하는 말투가 뒤섞여 있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말투를 꼭 통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읽어내려 오다가 흐름이 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편집상의 실수이겠지만 <햇빛이 배탈 났네>의 경우, p.82와 p.163에 중복 게재된 것도 옥의 티다.

 

작품을 읽는 느낌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수많은 시편을 쓰고 엮었을 시인의 수고로움은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조금 시간을 둔 뒤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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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고향 - 조선시대 학자들의 리더십과 역사 기행
KBS 학자의 고향 제작팀 엮음 / 서교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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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란 대개 한 사람이 태어난 바탕인 동시에 그의 성장 배경이 된다. 한 사람의 정신적 내면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향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 환경은 그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특히 학자나 문인의 경우, 그의 성장환경이 문학적 감수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고향”이란 배경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학자의 고향>은 KBS 1TV에서 방영되었던 같은 이름으로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총 45회에 걸쳐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조선시대의 저명한 학자 26명이 다뤄졌는데, 이 책에서는 그 중 16명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요즘 드라마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삼봉 정도전’을 시작으로 ‘매월당 김시습’, ‘고산 윤선도’,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추사 김정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오리 이원익’이나 ‘반계 류형원’ 등 이제껏 다른 책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들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또한 역사에서 양극단의 평가를 오갔던 삼봉 정도전, 보한재 신숙주, 송강 정철, 우암 송시열 등에 대해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또 하나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배지(流配地)에 대한 내용이다. 각자의 시대적 상황은 조금씩 달라도, 그들 대부분은 자의건 타의건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던 인물들이다. 그런 만큼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배생활을 거치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유배란 개인의 역사로 보면 불행하고 궁핍한 시기이다. 하지만 추사나 다산, 송강의 경우를 통해 보듯 유배는 개인적, 사상적, 문학적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내면적으로 더욱 다듬어지고, 애민(愛民)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문학적 감수성이 더욱 발휘되었던 것도 모두 유배를 통해서였다. 그런 만큼 유배지는 태생적 고향과 함께 또 하나의 고향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적 인물의 내면과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성장배경이 되는 ‘고향’ 또한 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정신적 성장배경이 되는 ‘유배지’도 마찬가지다. 막상 책을 읽어보면, <학자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향’이라는 측면보다는 그 인물의 일대기를 한 번 훑어보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나고 자란 배경과 역사와 문학사상의 위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잘 읽힌다. 수록된 인물들의 일대기를 쉽고, 부담스럽지 않게 이해하고 싶다면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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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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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 ‘길귀신’이라는 말에 눈이 먼저 갔다. 순간 ‘누구의 책일까?’하고 궁금했다가 ‘곽재구’라는 이름을 보고는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 그 또한 ‘길귀신’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사평역에서>나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통해 만난 그는 길을 걷고, 길 위를 떠돌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였다.

<길귀신의 노래>는 저자가 국내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잔잔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사평역에서>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시인인 저자는 여행의 느낌과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정감어린 시선으로 들려준다. 그는 인도와 모스크바, 순천만과 여수 바다, 그 속의 파람바구[弄珠]마을과 와온 마을 등을 돌며 길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책 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화려하지 않다. 시인이 만나는 이들 대부분은 농사일에, 갯바람에 평생을 보낸 늙은 농부이거나, 촌부(村婦)이거나 혹은 우리가 흔히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붕어빵 아줌마와 국화빵 아줌마들이다. 그만큼 그의 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거니와 바로 그런 점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고개를 돌리려는데 문득 내 팔걸이 쪽으로 넘어온 손이 보였다. 떡갈나무 껍질만큼 조각조각 갈라져 있던 그 손! 배 년 묵은 매화나무 등피처럼 심하게 갈라졌던 그 손!

그 순간 번뇌의 끝이 보였다. 노인은 농부였다. 생애를 농사에 바쳤고 이 여행은 그들 부부가 최초로 맞이하는 해외여행인지도 몰랐다.

 

읊조리듯 써내려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렸을 적 그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고 혹은 긴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추억담을 듣는 것도 같다. 여행서를 읽으면 대개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풍경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온다. 따뜻하고 때로는 눈물겹고, 정감넘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립다면 길 위의 풍경 속에서 그의 글을 만나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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