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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물
수안 글.그림 / 문이당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의 서문에는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말이 씌어 있다. 집단 우울증에라도 걸린 듯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는 요즘은 그야말로 기댈 곳과 희망이 필요한 때이다.
<아름다운 선물>은 통도사 문수원에서 수행 중이신 수안 스님의 글과 그림을 엮은 책이다. 시(詩), 서(書), 화(畵), 각(刻)에 모두 능하다고 알려진 스님의 그림은 때론 아이의 그림처럼 천진난만하고, 때론 선화(禪畵)인 듯 편안하게 감싸준다. 그런 그림을 모두 악필(握筆)로 그리셨다니 더욱 놀랍다. 주명덕 사진작가가 발문에서 말했듯, 악필은 한 획마다 엄청난 공력이 든다고 한다. 그림의 한 획, 한 획마다 온 힘을 다해 정성을 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림에서는 힘겨움이 아닌 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편안함이 엿보이니, 그야말로 깊은 내공에서 나온 그림이 아닐까 싶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스님은 그래서 ‘세상에 스승 아닌 게 없었다’고 하신다. 만나는 사람, 보이는 모든 사물, 접하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는 스승이었다 하였다. 그렇게 보이는 대로 보고, 접하는 대로 느낀 스님이셨기에 그림도 아이처럼 천진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은 그림뿐 아니라 글 곳곳에서도 느껴진다. 아이들은 물론이요, 걸인들과도 친구가 되는 스님의 모습은 글과 그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출가사문이면서도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물욕을 경계해야 하는 스님이면서도 귀한 붓을 갖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스님의 모습은 어딘지 조금 색다르다. 하지만 스님의 그런 모습은 세속의 인연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순수한 동심(童心)’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한편으론 애틋하고, 한편으론 미소가 지어진다.
스님의 그림은 1981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국내와 해외 전시회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언어는 달라도 그림에서 느껴지는 동심의 순수함이 외국인들의 마음에도 공감을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어디든 매한가지가 아니던가. 어딘가 기대고 싶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요즘. 선화(禪畵)처럼 마음을 달래주는 글과 그림이 잠시나마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