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는 만큼 보이는 어원 이야기 - 지적인 생각을 만드는 인문학 수업
패트릭 푸트 지음, 김정한 옮김 / 이터 / 2023년 6월
평점 :
생물 시간에 ‘계통수’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계통수는 생물의 발생에서 유인원으로의 발달까지 나뭇가지 같은 줄기가 이어졌고, 그 끝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있었다. 그래서 계통수를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달해 왔으며, 지구상의 동물 전체에서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이런 계통수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한 집안의 가계도(家系圖), 와인 분류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된다. 그만큼 어떤 일이나 대상에 있어 근원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어원 역시 마찬가지다. ‘어원(語源, etymology)’은 그리스어 에티몰로기아(etymologia)에서 비롯된 말로 ‘단어의 진정한 기원을 찾는 연구’라는 뜻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인 동시에 시대와 사회, 문화에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는 생물(生物)이다. 우리가 쓰는 수많은 단어는 그 말을 쓰는 사회 구성원들(언중 言衆)의 ‘사회적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다.
단어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언중들에 의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생성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단어는 일반화되고 원래의 어원은 오랜 세월 속에 묻혀지고 만다. 때문에 단어의 어원을 알고 나면, 단어 본래의 숨겨진 뜻과 원래의 의미를 좀 더 면밀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단어의 어원을 다룬 책이다. 저자 패트릭 푸트는 전작인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에 이어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아는 만큼 보이는 어원 이야기>를 펴냈다. 예전에는 직업을 성씨로 삼은 경우가 많아, ‘Smith’는 ‘대장장이’에서, ‘Farmer’는 농부에서 성씨가 유래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는 성씨뿐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단어의 어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름, 성씨, 직업, 신체 부위, 식물, 색깔, 건물의 이름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음료수, 형용사 등 다양한 범위에 걸쳐 단어의 어원에 대해 설명해준다.
책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Instagram’은 즉석카메라의 브랜드 명칭인 ‘Insta’와 전보 telegram에서 비롯된 ‘gram’이 합해져 만들어졌고, ‘팔꿈치 Elbow’는 팔arm을 뜻하는 ‘el’과 구부러지는 활bow가 합해져 ‘팔이 구부러지는 부분’을 뜻하게 되었다. 자주 마시는 ‘카푸치노 Cappuccino’가 원래는 긴 갈색 두건이 달린 예복을 입는 카푸친 수도사에서 유래한 말이고, 이 수도사들의 명칭을 딴 ‘카푸친 원숭이 capuchin monkey’도 있다. 이런 유래를 알고 나면, 누군가와 카푸치노를 마시거나 할 때, 사소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책을 읽다 보면 단어의 어원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미처 몰랐던 당시의 역사,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것 역시 즐겁다. 그 단어가 왜 그런 의미로 쓰이는지 몰랐던 것도 어원을 알고 나면 흥미로운 미소와 함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단어와 어원을 다룬 책이라 영어와 그리스어, 라틴어를 넘나들지만, 이해하기 쉽고, 깔끔한 문장으로 번역되어 있어 술술 잘 읽힌다. 한 마디로 언어적 지식과 함께 상식과 지적 호기심,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즐거운 잡학사전이라 하겠다.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