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 다리에 관하여
토머스 해리슨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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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해주는 중간자적 존재다. 그런가 하면 다리는 이쪽 세계과 저쪽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리의 특성은 공학과 건축, 물리적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인문학과 상징, 관념적 측면에서 보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라고 할 때, 과 길이 구분되듯이 다리 또한 그 의미를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궁궐이나 사찰에서 성속(聖俗) 혹은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구분짓는 다리를 만나기도 하고,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견우직녀의 오작교를 떠올리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형을 언도받은 죄인이 베니스의 운하를 건너며 한탄하던 탄식의 다리가 있고, 가장 오래된 로마 다리이자 투신 사고가 잦았다고 알려진 파브리키우스 다리도 있다. 그밖에도 신화, 역사, 문학, 명화, 영화 등에서 우리는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수많은 다리를 만나곤 한다.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는 다리를 통해 예술과 인문학, 문화를 살펴보는 특이한 책이다. 유럽언어와 다문화 연구 교수인 저자는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시각에서 다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십자가와 지옥의 다리를 시작으로 신화와 전설, 종교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다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공간적, 건축적 특성을 지닌 물리적 다리뿐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음악의 다리, 언어의 다리, 교수대로서의 다리와 니체의 다리, 단절의 다리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된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내려가는 존재라는데 있다라고 하였다. 니체는 인간을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러고 보면 인간은 결국 짐승(이쪽 세계, 차안此岸)에서 초인(저쪽 세계, 피안彼岸)으로 이어진 다리 어디쯤을 건너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책은 다리를 매개체로 하고 있지만, 철학책이자 인문학 책이어서 빨리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다리가 아닌 니체의 다리, 마음 속의 다리를 건너고 싶다면 곱씹어가며 차근차근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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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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