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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 - 박완서 외 9인 소설집
박완서 외 지음 / 예감출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十人十色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랑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느껴지는게 또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크고 작은 범위의 의미를 모두 함축하고 있어서 충(忠)이나 효(孝)와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라는 그 아련하고 감미로운 단어로만 범위를 좁혀 잡아도 역시 그 모습은 사람마다 제각각의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한 사람에게도 사랑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풋사랑, 짝사랑, 첫사랑, 현재의 사랑, 과거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 눈감는 순간까지 평생 가슴속에 담고 갈 소울메이트와의 사랑까지.... 운이 좋다면 이 중 한 두 가지가 겹쳐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행복한 것은 현재의 사랑과 소울메이트가 평생토록 일치할 때일 것이다.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번만이라도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다면 그 또한 이번 생에서의 커다란 행운일 것이다.
《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는 이렇게 애틋하고 절실한 여러 가지 사랑의 모습을 여성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 단편 모음집이다. 대표적 여성 작가인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과 《여자, 정혜》로 영화화된 우애령의 <정혜>를 비롯해 조양희의 <빈사의 백조>까지 모두 9편의 작품은 이 시대에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에 그려진 사랑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읽고 나면 어딘지 모를 씁쓸함과 허전한 여운이 남는 사랑들이다. 부부로 평생을 살면서도 계속 엇갈린 감정으로 갈등했던 <그 여자네 집>(박완서)의 만득씨와 순애씨도 그렇고, <길은 가야한다>(권혜수)의 동은이와 그녀의 관계 또한 그렇다. <엄마는 베네치아로 떠났다>(유덕희)에 나오는 엄마의 운명적 사랑도 씁쓸함은 감출 수 없으며, <착각>(노순자)의 재민과 아내 또한 ‘모두가 용서를 해주겠다는데 용서를 받을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이상한 관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으로는 그들의 모습 또한 사랑의 또다른 얼굴이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이 단편집도 그 많은 작품들의 모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사랑은 ‘바로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색다르다. 하지만 필자(유덕희)의 말처럼, ‘사랑은 어떤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어찌할 수 없는 본능적이며 원형질적인 것’이기에 때로는 낯설기도 하고, 때로는 상식에서 벗어나기도 하며, 때로는 추할 때도 있다. 하긴 사랑이 항상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살다 보면 누구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안에서 몇 번의 크고 작은 사랑들을 만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러한 사랑 중에 한 두 가지가 겹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직 제대로 된 하나 조차도 못 만났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언젠가는 소울 메이트가 ‘현실의 사랑’이 되어 내 곁에 머무를 때 사랑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비록 아플 때는 아플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