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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평점 :
미지의 장소를 여행하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처음 가 본 해외여행, 낯선 도시와 색다른 느낌의 골목 혹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들으며 이방인들 사이를 걷는 시간 등은 길을 떠난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그런데 그 여행지가 사후세계라면?
떠난 사람은 있어도 돌아온 사람은 없는 사후세계. 임사 체험을 한 이들의 경험담 같은 게 가끔씩 인터넷에 떠돌기도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정도의 이야기고. 어쨌든 오고 감이 자유롭지 않은 사후세계이니 우리 손에는 그저 편도행 티켓만 쥐어질 뿐이다. 여느 여행지 같으면,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이나 글, 사진을 통해 미리 짐작이라도 하련만, 사후세계의 여행은 그런 사전 정보도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천국, 극락, 저승, 연옥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후세계를 그려왔다.

‘죽음’이라고 하면 대개는 종말, 끝, 멈춤, 종료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죽음을 또 다른 여정으로 여겼고, 고대 이집트나 중국 등에서는 사후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수많은 부장품과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고인의 무덤에 함께 넣어주었다.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 이야기나 불교의 윤회설 또한 사후세계가 죽음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멈춤이 아니라, 또 다른 여행의 시작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신화, 종교, 문학, 영화, 음악과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나타난 죽음을 토대로 사후세계에 대한 여행 안내서로 제시하고 있다. ‘죽음’을 전제로 하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저자는 호기심 가득하고 때로는 유쾌하기까지 한 시선으로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고대 신화나 종교에서처럼 비교적 많이 알려진 사후세계를 시작으로 현대의 TV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모습의 사후세계에 대해 두루 안내해준다. 신화나 종교의 원형적 상징은 이후 거의 모든 예술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때문에 문학, 연극, 영화, 음악, TV 드라마 등에 묘사된 사후세계를 보면 신화나 종교에 나타난 사후세계가 연상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무엇보다 신화와 종교에서부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저자의 능력이 놀라운데,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 Jeopardy >에서 기록적인 74연승을 거둔 ‘상식 세계의 제왕’이었다니 과연 그럴만하다 싶다.
살아생전의 여행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떠날 수도, 못 떠나거나 안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후세계로의 여행은 누구나 적어도 꼭 한 번은 떠날 수밖에 없는 여행이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누구나, 언젠가는 사후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어떤 여행이 될지는 결국 떠나봐야 알겠지만, 우선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상상하고 그려낸 사후세계가 어떨지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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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