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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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소설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몇권은...<책도둑>이라는 책이였다. 내용이나 형식이 모두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것이였고 평가도 매우 좋길래 1,2권을 사서 읽었다.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렸다. 결국 이 소설이 유명한 것은 마케팅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ㅂ’ 작가의 신간도 한권읽으려고 구매했다. 결국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렸다. 이렇게 소설은 그다지 나에게 흥미있는 장르는 아닌것 같다. 문학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 무지해서 그럴것 같아서 문학에 관한 책을 읽으려고 시도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결국 읽다가 보면 단 한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써내려가다니...하고 생각하다가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번에 이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는 정말 흥미가 가는 책이였다. 영화로도 나왔고 또 평가가 좋았고 일단 흥미진진한 내용일것 같아서 이 책을 구매하고 몇 개월뒤, 즉 2틀전부터 보기 시작했다. 소재가 독창적이고 깔끔한 구성으로 인해 전체적인 내용은 한가지 틀로 나에게 입력되었다. 이 책도 읽다가 그래도 거의 다 읽어서 결국은 덮어버렸다. 이 책이 별로라기 보다는 하나의 가공의 이야기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아까웠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했으나 끝까지 읽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읽은 소설중에는 흥미있는 것이였다.

 

한남자가 차를 타고가다가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는 것으로부터 이 소설을 시작된다. 그 사람을 집에까지 바래다준 사람도 눈이 멀고 그의 아내도 눈이 멀고 그를 치료해준 안과의사도 눈이 먼다. 결국 전염성이 강한 이 병은 삽시간에 모든 도시의 사람들의 눈을 멀게할 가공할 병원균이라고 판단한 당국은 급기야 눈먼 사람들과 이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접촉한 사람들을 보균자로 여기고 격리수용한다. 이곳에 격리 수용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의 대부분이다. 안과의사와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눈먼 사람들의 사회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식량을 무기고 여자들을 원하는 악이 존재하기도 한다. 살인과 약탈, 강간과 욕정이 뒤섞여 인간집단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눈먼 자들의 사회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몇의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 그리고 플롯을 전개하기 위한 소설적 장치들의 분명하게 보였다. 한눈에 이 소설의 구조가 들어왔다. 그 만큼 작가의 치밀한 계획아래 이 소설이 구성되었다고 보여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분명한 소설의 구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의 힘이 약화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이 실려있다. 해설자는 이 소설을 가르켜 80년대 드어 역사와 환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환상역사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장르를 개척했다고 추켜세운다. 그리고 눈먼자들의 사회를 인간의 절박함을 극단적으로 밀여붙인 소설이라 말하면서 포르투갈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살려내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문학에 문회한인 나는 이러한 찬사들이 이상하게 전부 하나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해석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소설일 뿐이고 하나의 스토리로써의 역할을 하지 이것이 그렇게 한 사회의 역사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라고 까지 말하기에는 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끝까지 읽지도 않고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딱 여기까지가 내가 정직하게 느낀바이다. 나중에 다시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겠지만 소설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이 소설을 읽을때 마다 상상력이 자극된다는 것이다. 문자를 통해서 분명하게 하나의 상(想)이 생긴다는 것이다. 보일듯 말듯한 상(想)이 머리에 생기고 이것을 통해서 영화에서는 어떻게 보여지는 궁금해 진다는 것이다. 소설의 기능중에 내가 경험한 것은 상상력을 자극시킨다는 것이다. 아마 소설을 통해서 우리안에 경험한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파노라마를 만들고 그것에 대한 인상이 길게 남아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 가장 길게 여운이 남지 않는가 한다.

 

<눈먼자들의 도시>는 나에게 음침하고 우울한 상(想)을 길게 남겨준, 상상력을 자극한 소설로 기억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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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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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정말이지 과연 ‘열풍’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내가 대학을 다닐때만해도 인문학은 찬밥이였다. 이공계 계열의 학과가 인기가 높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졸업하면 취업이 잘된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이과를 선택하라고 하셨다. 그때 내가 순진했는지, 나 자신을 잘 몰랐는지, 아니면 그냥 효자(?)여서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과를 선택해서 갔다. 이과를 가자마자 나의 적성과는 전혀 다른 분야라서 꽤나 방황을 하며 학과 공부를 멀리했던 기억이 있다. 한창 전자분야가 각광을 받았던 터라 전기전자공학과는 매우 큰 인기 학과였다. 어쨌든 이렇게 홀대받던 ‘인문학’이 이제는 대세다. 확실히 그렇다. 고전을 공부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르네상스가 이미 지났음에도 다시 인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만큼 인문학의 인기는 높다. 그 어렵고 잘 보지 않는 고리타분한 책으로 여겨지는 논어, 공자, 대학, 중용등의 동양고전에 대한 강의가 여기저기서 개최되고 사람들이 미어터질만큼 인기가 높다. 한 광고 크리에이터는 참된 창의력은 인문학의 바탕에서 나온다고 외친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경제경영분야에서도 그러한 성과를 내기 위한 기초토양으로 인문학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인문학, 인문학을 외친다. 적어도 인문학 책을 한권정도 보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딱이 확실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꼬집어서 설명해주는 사람을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인문학하면 그냥 읽기 어려운 문사철 정도의 책이라고만 설명할 뿐이다. 이렇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음에도 인문학이 무엇이냐는 기초적인 질문에도 분명한 답을 잘 듣지 못하는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는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인문학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학문의 범위가 너무나도 넓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어디까지가 인문학인가? 인문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에서부터 역사, 그리고 문학, 즉 문사철이 인문학인가. 아니면 인문학의 반대학문인 과학을 제외한 모든 것이 인문학인가. 암튼 인문학 열풍 만큼이나 인문학에 대한 무지의 열풍도 거세보인다. 나도 인문학을 좋아한다. 철학과 역사는 나의 적성에 맞고 상대적으로 가벼워보이는 소설이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하는 과학보다 인문학 분야가 나에게 훨씬 적성에 맞고 좋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을 어디서부터 공부해야할지를 물으면 도저히 답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성과와 창의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은 범위도 넓지만 그 깊이도 깊어야 제대로 창의와 성과의 기초 토양분의 역할을 감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문학의 열풍이 불지만 그 실체를 잡을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손에 잡힐만한 인문주의를 표방하려면 문사철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넓이와 깊이에 조금이라도 맞닿아야 내공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을 공부한다면 철학에서부터 창의와 성과까지의 열매를 얻으려면 매우 높고 깊은 수준의 철학공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어디에서부터 공부해야 하는가? 이것은 인문학공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열풍이 불지만 그 실체가 잡히지 않은 넓고 깊은 인문학의 바다에서 조금이라고 인문학의 아웃라인을 잡기위해서는 안내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이 책 <START,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 언급되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거대한 인문학의 바다에서 전체의 지형을 그려주고 각 분야에서 반드시 알아야 될 지식들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서 잘 정리해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을 인문학의 범위를 문사철로 좁게 잡은 것이 아니라 매우 포괄적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7개의 영역으로 인문학의 범위를 정하였다. 첫째는 심리학, 둘째는 회화, 셋째는 신화, 넷째는 역사, 다섯째는 현대 이전의 철학, 여섯째는 현대의 철학, 일곱째는 글로벌 이슈로 나누었다. 이러한 카테고리 분류는 인문학의 바다를 어디정도 항해할 수 있도록 전체 지형도를 그려준 것이다. 문학이 빠진것이 좀 아쉽기도 하고, 마지막 장에 글로벌 이슈를 포함시켜줌으로써 인문학이 단지 과거의 지식이 아니라 오늘날의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통 이러한 전체 지형을 그려주는 책은 전체내용을 가볍게 터치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이 빈약하고 지식의 나열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가벼운 터치이긴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지는 않다. 각 분야의 지식들을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서 가장 핫한 지식의 향연을 펼쳐주기 때문에 한 분야만 읽어도 그 아웃라인을 그릴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이정도 정리를 위해서는 매우 광범위한 독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전체적인 지형이 잡혔다.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는 왜 인지심리학의 현재 최고 각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뇌과학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전체 지도를 그려주는 시중에 나와있는 관련 서적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 아마도 인간과 세상을 좀더 잘 이해하고 좀더 잘 관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도 느낀다. 인문학적 교양이 있는 사람들은 훨씬 이해의 폭이 넓고 그렇기에 함부로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판단하지 않고 좀더 깊고 넓게 볼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인문학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열풍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인문학의 바다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려는 이러한 책들은 우리들에게 인문학의 깊고 넓고 풍부한 세계로 안내해 주리라 생각한다. 확실히 인문학적 소양을 인간과 세상을 풍성하게 한다. 확실히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인문학의 내공을 풍기는 사람은 확실히 좀더 삶을 풍요롭게 살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조금의 역할을 할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소개하는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 글로벌 이슈들은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인문 교양의 주제들이다. 이 분야들은 소설에서부터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하나의 체계를 잡아둔다면 더없이 좋은 독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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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일 교회에서 아내와 함께 집으로 오기 위해서 지하철을 탔다..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따뜻한 잠바를 입고 있었다. 보통 지갑과 핸드폰을

가지고 다녀서 위에 입는 옷은 주머니가 많은 옷이 좋다. 그래야지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지니고 다니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입은

그 잠바는 따뜻하고 가벼워서 좋은데 주머니가 양쪽으로 두개밖에 없는데다가

너무 부드러워서 조금 무게가 나가는 것들은 쉽게 흘러내려버린다.

몇번 지갑을 잠바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가 떨어졌다. 그때는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주워서 다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지하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내와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광화문에서 내렸다.

나가는 개찰구에서 지갑을 꺼내어 개찰구를 통과하려고 하는데 찾아보니 지갑이 없었다.

잠바 주머니에도 바지 주머니에도...

아뿔싸...생각해 보니 지하철에서 흘러버린것 같았다.

아내에게 기다리라고 해놓구 잽싸게 다시 내려가 혹시 나오다가 흘리지 않았나 싶어서

돌아온 길을 다시 가서 찾아보았더니 없었다.

 

돌아오면서 현금 3만원..그리고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도서관대출증

, 신용카드등 각종 카드를 다시 발급받을 생각하니 허탈한 심정이였다.

개찰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갔더니 그쪽에서 지하철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갑을 찾고 있었다. 직원이 내가 탄 지하철이 지나갔을만한 역으로 연락해서

지갑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는 중이였다.

나중에 그 직원이 지갑을 잧으러갔던 다른 지하철역의 직원과 통화를 하더니

얼굴이 밝아지면서 우리쪽을 향해 찾았다고 했다.

 

야호~~~ 너무 기뻤다. 나는 못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구체적인 것들을

기억잘하는 아내가 지하철 몇째칸 어디에 앉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직원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직원이 지나간 시간을 계산해 대충 도착했을 역 직원에게

연락해서 지갑을 찾았다. 마포역으로 지갑을 찾으러 가면서

아내가 똑똑해서 지갑 찾았다고 마구 칭찬해 주었다.~~ㅋㅋ

 

난 큰 것을 잘 기억하는 반면에 아내는 매우 구체적은 것들을 기억한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 탔는지 기억못하는데 아내는 그것들을 기억한다.

지갑을 찾아오면서 집에 가는 시간이 1시간이나 늦었고 원래 있던것을

찾은 것인데도,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것 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핸드폰 찾아준 것이 몇개인지..지갑 찾아준것도 몇개인지..

여권도 찾아줬지...

 

이정도면 한 1천만원정도 잃어버려도 다시 돌아오겠지~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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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외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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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킹한 책이였다. 노예제라니..그것도 현대에 노예제라니..노예제라고 하는 구시대적인 잔재는 이미 미국의 남북전쟁이후에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리고 노예제라고 하면 고대시대나 중세 그리고 근대화 이전에 있었던 악습이라 이미 폐지되었고 현대에는 그러한 악습이 잔존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노예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거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별 기대감없이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겼다. 넘기면서 아직도 현대시대에 2천 7백만명의 노예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연계성을 잃지않으면서 현대 노예가 고대시대의 노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이것을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고 매우 설득력있게 논리정연한 열정으로 피력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안심하고 있는 이 세계가 사실은 상당히 어둡고 거칠며 파괴적이고 음성적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게 되었다. 지금 내가 나의 삶의 틀로써 바라보는 이 세상인 정말 다가 아니고 매우 어두운 지구저편의 아픔의 역사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뭔가 모를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문득 지구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한다면..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거기에서 이 지구에서 하루 세끼를 굶지않고 심지어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상위 5%이상의 사람이라는 특혜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직고 하루 1달러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자들이 10억명이나 되는 사람이 있고, 그보다 좀더 나은 하루에 1~2달러로 살아가는 ‘차빈곤(moderate poverty)'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는 통계를 보았을 때 내가 이 지구상에서 상당한 특혜를 받아 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의 저자를 보니 케빈 베일스외 2명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하버드대 교수들로 이 책을 쓰는데 아마도 전문적인 통계의 부분에서 기여를 한 것 같고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은 케빈 베일스가 쓴 것 같다. 왜냐하면 저자는 현대 노예제를 종식시키는 기구인 ‘프리더 슬레이브’의 의장으로 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노예제의 모든 정보와 현실을 알고있는 현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통계를 나열하여서 자칫 지루해질수 있지만 그 간극 사이에서는 이 노예제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열망을 읽을수 있었다. 이것은 현장가 케빈 베일스의 가슴에서 울려퍼지는 것이라고 느꼈다. 긴 정보들 속에서 현장가의 냄새가 짙게 베여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예제의 역사적 시작에서부터 출발한다. 인류 최초의 완전한 법률 체계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서 노예제에 대한 언급과 성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노예제를 통해서 노예제의 역사가 이미 매우 오래전 고대에서부터 있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대가 지날수록 노예제는 자연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철학적 주장의 영향아래 로마시대에서는 노예들도 어느정도 인간적인 처후를 받을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가 흘러흘러 합법적으로 노예제가 종식된 것은 1865년 북부가 남북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수정 헌법 제13조가 통과되면서 종식되었다. 이로써 합법적 제도로서의 노예제를 페지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노예가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현대 노예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던지면서 2장에서 노예제라는 것이 어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를 내리면서 현대에서 이러한 노예제가 끊어지지 않는 사슬처럼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예라고 하면 고대시대처럼 손과 발이 착고에 매여 자유없이 노동만 하다 죽는 그러한 사람으로 떠올리기쉽다. 이러한 생각은 현대 노예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의 고정된 상(像)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예를 이렇게 정의한다.


노예제란 어떤 사람이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 또는 심리적 강압으로 타인의 통제를 받고, 자유의자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잃어버며,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간신히 생계를 이어갈 정도의 임금만을 받는 관계로 정의될 수 있다. (p.58)


이러한 노예제의 정의를 바탕으로 노예란 두가지가 핵심사항이다. 첫째는 폭력이나 심리적 강압에 의해 통제받는 것이고, 둘째는 이동할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로 인해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억압받고, 이동할 자유가 없이 노예주의 이익을 위해서 몸을 팔거나 노동에 종사하는 노예들이 많다고 한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노예와 노예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연관된 사회의 상황들을 분석하는데 이부분이 가히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노예가 생기는 것은 단지 노예주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한사회의 부패지수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통해서 밝혀주고 있다. 한 나라에서 인신매매와 노예가 발생할 수 있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정부 부패 수준, 유아 사망률, 14세 이하 인구의 비율, 식량 생산 수준, 인구밀도, 그 국가가 겪는 분쟁과 사회적 불안의 양, 이것은 인구 압박과 빈곤(유아 사망률과 식량 생산이 그것의 지표가 된다)이 인신매매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73)


현대 노예는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아프리카 같은 빈곤국에서 나오며 비교적 부요한 북미나 유럽같은 곳에 공급된다. 캄보디아는 가장 노예가 많이 나오는 국가이며, 태국 같은 국가는 노예도 많이 나오고 많이 공급되는 상위의 부끄러운 나라라고 한다. 특히 노예가 공급되는 나라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예는 주로 노동력을 착취 당하지만 현대의 노예는 대부분 성매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유럽이나 북미같은 부유한 나라일수록 성매매의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선진문화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이 이러한 통계적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매우 진지하고 수준높은 통계자료, 그리고 노예제를 종식시키고자하는 저자의 열정이 뛰어나다. 노예제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전세계적인 거시적인 안목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해결점은 포착하는 저자의 통찰과 열정이 매우 감동적이였다. 이렇게 거시적으로 전세계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서 멋지게 엮어 노예제의 패해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그것의 해결방법까지고 알려주는 이 책은 가히 노예제 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의 어두운 역사의 종식을 위해서 어떻게 현실에서 싸워가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해주는 매우 훌륭한 가이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 이렇게 어두움의 역사, 특히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심각하게 가혹한 인권유린의 역사라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매우 부끄럽고 낯설었다. 노예제라는 너무도 낯선 현대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알고나니 인간의 악함은 어떤 역사에나 사라지지 않고 단지 숨어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노예로 표상되는 인류의 악은 그 자체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부패와 부정의, 그리고 약자에 대한 착취가 그것을 키우는 모판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다른 악의 모습을 목도하지 않기 위해 정의로운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갈때 잠재적인 악은 많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 오타 : 72쪽 이문 -> 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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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35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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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쓰여진 문학 작품은 사람의 마음에 오랜 여운을 남기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주적 세계상(像)을 개인적 세계상(像)으로 바꾸어 다시금 우주적 세계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끝임없이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한다. 그중에서 ‘시’라는 것은 가장 깊은 철학적인 사유임과 동시에 가장 풍성한 문학적 감성과 가장 집약적이며 창의적인 문자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문학은 잘 모르고, 시도 잘 모르지만 종종 문학이 주는 감동에 빠질때가 있다. 시라는 것은 특히 자기만의 특별한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의 세계관으로 가지의 언어를 창조할 때 정말 머리로 이해되지 않지만 감성에 긴 여운을 남긴다. 자기만의 눈을 가지고 자기의 문학세계를 창조하는 시인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제치고 그것을 경험케 해주는 한 세계의 창조자와 같다.

 

많은 시인들 중에 ‘김선우’라는 시인이 들어온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이쁜얼굴에 깊고 넓은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매력적이였다. 그리고 그의 시는 그녀의 그러한 이미지를 정확히 반영해 주었다. 가장 육체적이고 관능적이며 원초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천박한 느낌이 들지않고 가장 인간의 날것을 표현해주는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여러매체를 통해서 시를 쓰는 작업과 소설 쓰는 작업과 에세이를 쓰는 작업을 비교하면서 시를 쓰를 작업은 하나의 제의적 작업에 가깝다고 했다. 시를 쓰기전에 충분히 자신의 몸으로 시적 대상으로 부터오는 충만한 감성이 몸으로 느껴질때 그제서야 자신의 시가 잉태되고 결국 몸으로 출산한다고 했다. 그녀의 시세계는 독창적이면서 아름답고 원초적이다. 떠돌아 다니는 세계상(像)을 자신의 개인상(像)으로 분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 시인은 우리 문학계의 큰 자신임이 틀림없다.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와 그녀가 잉태하여 출산한 시는 그녀가 이미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음을 보여준다.

 

-민둥산/김선우-

 

세상에서 얻은 이름이라는 게 헛묘 한채인 줄

진즉에 알아챈 강원도 민둥산에 들어

윗도리를 벗어올렸다 참 바람 맑아서

민둥한 산 정상에 수직은 없고

구릉으로 구릉으로만 번져 있는 억새밭

육탈한 혼처럼 천지사방 나부껴오는 바람속에

오래도록 알몸의 유목을 꿈꾸던 빗장뼈가 열렸다

환해진 젖꽃판 위로 구름족의 아이들 몇이 내려와

어리고 착한 입술을 내밀었고

인적 드문 초겨울 마른 억새밭

한기 속에 아랫도리마저 벗어던진 채

구름족의 아이들을 양팔로 안고

억새밭 공중정원을 걸었다 몇번의 생이

무심히 바람을 몰고 지나갔고 가벼워라 마른 억새꽃

반짝이는 살비늘이 첫눈처럼 몸속으로 떨어졌다

바람의 혀가 아찔한 허리 아래로 지나

깊은 계곡을 핥으며 억새풀 홀씨를 물어 올린다 몸속에서

바람과 관계할 수 있다니!

몸을 눕혀 저마다 다른 체위로 관계하는 겨울풀들

풀뿌리에 매달려 둥지를 튼 벌레집과 햇살과

그 모든 관계하는 것들의 알몸이 바람 속에서 환했다

더러 상처를 모신 바람도 불어왔으므로

햇살의 산통은 천년 전처럼

그늘 쪽으로 다리를 벌린 채였다

세상이 처음 있을 적 신께서 관계하신

알 수 없는 무엇인가도 내 허벅지 위의 햇살처럼

알몸이었음을 알겠다 무성한 억새 줄기를 헤치며

민둥한 등뼈를 따라 알몸의 그대가 나부껴 온다

그대를 맞는 내 몸이 오늘 신전이다

 

이런 관능적인 시 언어들은 그녀의 몸이 얼마나 시적 대상과 밀접하게 어울려 떨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지적 대상을 맞이하는 신전이 될 때 시를 잉태한다는 것은 그녀의 관능적인 시 언어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녀는 천상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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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2-11-0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우 시집 ~ 느낌이 참 좋아요 ^^ 이번의 물의 연인들인가? 소설집도 내었던데 ..
관능적 시 언어라는 표현 아주 맘에 들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