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정말이지 과연 ‘열풍’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내가 대학을 다닐때만해도 인문학은 찬밥이였다. 이공계 계열의 학과가 인기가 높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졸업하면 취업이 잘된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이과를 선택하라고 하셨다. 그때 내가 순진했는지, 나 자신을 잘 몰랐는지, 아니면 그냥 효자(?)여서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과를 선택해서 갔다. 이과를 가자마자 나의 적성과는 전혀 다른 분야라서 꽤나 방황을 하며 학과 공부를 멀리했던 기억이 있다. 한창 전자분야가 각광을 받았던 터라 전기전자공학과는 매우 큰 인기 학과였다. 어쨌든 이렇게 홀대받던 ‘인문학’이 이제는 대세다. 확실히 그렇다. 고전을 공부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르네상스가 이미 지났음에도 다시 인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만큼 인문학의 인기는 높다. 그 어렵고 잘 보지 않는 고리타분한 책으로 여겨지는 논어, 공자, 대학, 중용등의 동양고전에 대한 강의가 여기저기서 개최되고 사람들이 미어터질만큼 인기가 높다. 한 광고 크리에이터는 참된 창의력은 인문학의 바탕에서 나온다고 외친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경제경영분야에서도 그러한 성과를 내기 위한 기초토양으로 인문학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인문학, 인문학을 외친다. 적어도 인문학 책을 한권정도 보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딱이 확실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꼬집어서 설명해주는 사람을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인문학하면 그냥 읽기 어려운 문사철 정도의 책이라고만 설명할 뿐이다. 이렇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음에도 인문학이 무엇이냐는 기초적인 질문에도 분명한 답을 잘 듣지 못하는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는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인문학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학문의 범위가 너무나도 넓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어디까지가 인문학인가? 인문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에서부터 역사, 그리고 문학, 즉 문사철이 인문학인가. 아니면 인문학의 반대학문인 과학을 제외한 모든 것이 인문학인가. 암튼 인문학 열풍 만큼이나 인문학에 대한 무지의 열풍도 거세보인다. 나도 인문학을 좋아한다. 철학과 역사는 나의 적성에 맞고 상대적으로 가벼워보이는 소설이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하는 과학보다 인문학 분야가 나에게 훨씬 적성에 맞고 좋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을 어디서부터 공부해야할지를 물으면 도저히 답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성과와 창의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은 범위도 넓지만 그 깊이도 깊어야 제대로 창의와 성과의 기초 토양분의 역할을 감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문학의 열풍이 불지만 그 실체를 잡을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손에 잡힐만한 인문주의를 표방하려면 문사철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넓이와 깊이에 조금이라도 맞닿아야 내공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을 공부한다면 철학에서부터 창의와 성과까지의 열매를 얻으려면 매우 높고 깊은 수준의 철학공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어디에서부터 공부해야 하는가? 이것은 인문학공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열풍이 불지만 그 실체가 잡히지 않은 넓고 깊은 인문학의 바다에서 조금이라고 인문학의 아웃라인을 잡기위해서는 안내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이 책 <START,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 언급되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거대한 인문학의 바다에서 전체의 지형을 그려주고 각 분야에서 반드시 알아야 될 지식들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서 잘 정리해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을 인문학의 범위를 문사철로 좁게 잡은 것이 아니라 매우 포괄적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7개의 영역으로 인문학의 범위를 정하였다. 첫째는 심리학, 둘째는 회화, 셋째는 신화, 넷째는 역사, 다섯째는 현대 이전의 철학, 여섯째는 현대의 철학, 일곱째는 글로벌 이슈로 나누었다. 이러한 카테고리 분류는 인문학의 바다를 어디정도 항해할 수 있도록 전체 지형도를 그려준 것이다. 문학이 빠진것이 좀 아쉽기도 하고, 마지막 장에 글로벌 이슈를 포함시켜줌으로써 인문학이 단지 과거의 지식이 아니라 오늘날의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통 이러한 전체 지형을 그려주는 책은 전체내용을 가볍게 터치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이 빈약하고 지식의 나열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가벼운 터치이긴 하지만 내용이 부실하지는 않다. 각 분야의 지식들을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서 가장 핫한 지식의 향연을 펼쳐주기 때문에 한 분야만 읽어도 그 아웃라인을 그릴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이정도 정리를 위해서는 매우 광범위한 독서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전체적인 지형이 잡혔다.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는 왜 인지심리학의 현재 최고 각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뇌과학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전체 지도를 그려주는 시중에 나와있는 관련 서적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 아마도 인간과 세상을 좀더 잘 이해하고 좀더 잘 관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도 느낀다. 인문학적 교양이 있는 사람들은 훨씬 이해의 폭이 넓고 그렇기에 함부로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판단하지 않고 좀더 깊고 넓게 볼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그러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인문학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열풍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인문학의 바다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려는 이러한 책들은 우리들에게 인문학의 깊고 넓고 풍부한 세계로 안내해 주리라 생각한다. 확실히 인문학적 소양을 인간과 세상을 풍성하게 한다. 확실히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인문학의 내공을 풍기는 사람은 확실히 좀더 삶을 풍요롭게 살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조금의 역할을 할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소개하는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 글로벌 이슈들은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인문 교양의 주제들이다. 이 분야들은 소설에서부터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하나의 체계를 잡아둔다면 더없이 좋은 독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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