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내가 즐겨보는 시리즈 기획 가운데 하나이다. 기획은 주도한 장대익 선생의 강연에도 참석하면서 지식인 마을 시리즈가 아주 방대한 기획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보통 한 사람의 지식인의 주장을 담은 책을 보면 그 주장을 판단하고 평가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으면 거의가 설득당하기 마련이다. 아는 것이 없는데 무엇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대가가 하는 말에 ‘그렇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래서 깊은 논리와 주장으로 일관하는 책들을 보면 그저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지식인들중에 서로 반대적인 견해를 가진 학자들을 쌍으로 다룸으로 독자로 하여금 한 주장과 이론에 대한 반대 주장과 이론을 접하고 어떤 것이 더 공정하고 정확한지 판단할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동서양의 지식인들을 미리 기획과정에서 선정해서 정하므로 이 세상의 거대담론을 담고 있는 지식의 지도를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지식인 마을의 기획이 상당히 참신하고 도전적이며 유익하다고 생각하고 즐겨보는 편이다 .
나는 경제를 잘 모른다. 한마디로 세상물정을 잘 모른다고 할수 있다. 돈이 어떻게 굴러가고 돈을 어떻게 벌고 돈을 어떻게 관리하여 재산을 불린 것인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고 아껴쓰는 개미형 경제관념이 내가 가진 빈약하기 그지 없는 경제관념이다. 그래서 최근에 돈을 모으는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배우기를 원해서 먹물(?)의 근성에 따라 책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내가 철학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돈을 버는 방법보다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작동되는 경제구조, 하부 시스템에 더 관심이 갔다. 보험이나 투자보다는 그 근저에 깔린 경제 원리가 무엇인지가 더 궁금했다. 재테크니 부동산이니 금융이니 자본주의니 이러한 거대담론들의 기저(基底)에 깔려 있는 가장 기초적인 상황적 배경이나 개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에게 지식인 마을 시리즈 27번 <케인즈 & 하이에크,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은 자본경제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중심이라고 할수 있는 시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잡게해 주었다. 그 발생 배경을 보니 역시나 아주 쉬웠다. 자본주의 경제의 중심은 시장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시장이 무엇이냐가 곧 경제학이였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시장이다. 그동안 시장의 본질, 시장의 장점, 시장의 문제점, 시장과 사회의 관계등을 둘러싸고 여러 담론들이 나왔다. 그리고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남은 이론들이 쌓이면서 오늘날의 경제학이 경겨났다는 점에서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 그 자체가 경제학이라는 ‘나무’의 나이테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70)
시장은 자본주의 경제학이 생긴 핵심 개념이고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처음에 자급자족을 위해서 물건을 생산하다가 잉여상품이 남게되고 이 잉여상품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사고 팔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필요를 위해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팔면서 이윤을 얻기위해 상품이 생산되면서 본격적인 의미에서 시장이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을 가장 먼저 이론화한 사람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였다. 경제가 발달하면서 시장에 관한 여러 이론이 생기게 되었는데 1929년 대공황 이후로 본격적으로 시장에 관한 이론들이 생산되게 되었고 크게 케인즈와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두학파가 형성되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맞길 때 공황이 오게되고 이로인해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가 한 케인즈 이론과 시장은 그 자체로 완전하므로 그대로 놓아두면 된다고 주장한 하이에크가 크게 두 학파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슘페터는 천재적인 지식으로 시장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형성하였다.
케인즈는 시장은 불완전하므로 그대로 둘 때 무제한적 경쟁으로 인해 양극화 현상과 불황 같은 같은 문제점이 생기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고, 하이에크는 시장은 인간의 불완전한 지식을 보완해주는 자발적 시스템이므로 정부의 개입은 그 자유를 억압하는 노예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고 케인즈의 이론으로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면서 하이에크는 케인즈에 대해 패배한 상대자로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다시 하이에크의 이론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과연 시장이 답인가. 시장에 정부든 무엇이든 개입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노예의 길인가. 오늘날 시장 만능주의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고 보여진다. 인간은 그 자유가 극대화되고 적절한 제어장치가 없을 때 도덕적으로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하이에크는 이것을 모랐던 것일까? 단순히 케인즈를 적수로 두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반대였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전에 읽은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것도 결국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논쟁의 핵심인 시장에 관한 것이였다. 시장을 그대로 두면 진정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그것이 인간을 위한 자유라는 말인가. 이 책에서는 오늘날 모든 것을 시장에 맞겼을 때 인간의 신체장기, 죽음, 보험 등과 같이 결코 돈으로 계산할수 없는 것이 시장가치에 의해서 결정되고 결국 인간의 도덕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인간사회가 부도덕하게 된다고 하였다.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경제이론을 거의 잘 모른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유에 맞길 때 반드시 인간의 도덕은 물질로 환산되는 비도덕적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도 이 두가지 이론이 맞서고 있다. 시장은 자생적으로 정화기능을 가진 인격적인 기구가 아니므로 인간의 이성을 통해서 적절하게 개입되고 통제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 <케인즈 & 하이에크,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는 경제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시장의 발생 배경과 그것에 대한 두가지 이론을 통해서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이 어떤것인지 알게한 유익한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