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영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 <신의 흔적을 찾아서>. 이 책은 오래전에 읽었던 <신의 지문>이라는 책과 제목이 흡사하여 잠시 그 책의 개정판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신의 지문>이라는 책은 한 고고학자가 세계에 흩어져 있는 문명속에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화적 유산이 있는 것을 보고 동일한 신의 지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신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책이였다. 대단히 흥미로웠던 책이였고 또 당시에 꽤나 많이 읽히는 책이였다. 이 책 <신의 흔적을 찾아서>도 동일한 의도로 쓰여진 책이다. 저자 바바라 해거티가 최신 과학의 도움을 받아서 신이 있다면 반드시 흔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추적하는 책이다. 종교서적은 아니지만 과학서적도 아니고 그 중간에서 신의 존재를 더듬어 보려는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려는 책이다.

 

영성을 과학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하는 책이다. 이러한 시도는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살짝 빗나가면 사이비 과학이 되고 영성의 입장에서 보면 진지하게 접근해 봐야 영성의 실체의 실루엣만을 스쳐가듯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즉 이러한 시도는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바라 해거티라는 미국인이다. 서양인들이 종교적 특성을 파악할 때 대부분 그 종교는 기독교이다. 이 책의 저자도 기독교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가 파악하려는 종교적 실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적 체험이였다. 종교적 현상을 분석하는 서적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다. 가장 유명한 책으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이나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종교의 신비한 현상들을 분석하려고 시도하였다. 내가 그러한 책들을 본결과 결론은 딱 하나였다. 그것은 종교적 체험은 심리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초자연적인 실재와의 만남이 아니라 그 사람안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심리적 경험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경험의 살피는 책들은 미리 초자연적 실재를 재단한다. 하늘을 잘라버리고 인간 심리현상으로 축소한다. 포이에르바흐가 기독교를 비판한 <기독교의 본질>에서도 종교적 현상은 인간 소원의 투사이므로 신을 알면 인간을 알수 있다는 ‘신학은 곧 인간학이다’라는 매우 유명한 말로 정리하였다. 즉 인간의 종교적 경험은 인간 소원이 신의 형상으로 투사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 <신의 흔적을 찾아서>는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이나 포이에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과 같은 것을 시도한다. 종교적 경험을 증명하고 그것을 통해서 신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위의 두 책은 심리적, 철학적 차원에서의 규명이라면 이 책 <신의 흔적을 찾아서>는 과학적 차원에서 규명하려고 한 책이다. 저자는 DNA 분석, 뇌 스캔과 뇌파 촬영, 신경생리학등을 통해서 신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려고 시도한다. 소위말하는 ‘영성 과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신앙의 본질, 신과 인간, 과학과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매우 광범위하고 진지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시도되었지만 언제나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이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생에는 증명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믿음의 세계와 가치의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객관적 증명의 메스를 들이데는 순간부터 인생에는 신비와 의미와 가치가 사라지고 만다. 이러한 것들은 증명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믿음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과학적 데이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믿음은 과학의 위에 우선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 세계와 인간을 떠 받치고 있다. 앞으로도 아무리 과학적인 증명으로 신비와 의미의 세계를 증명하려고 해도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종교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의 방식으로 과학을 이용한다. 그리고 마지막 저자는 자신의 신앙을 옹호함으로 결론을 맺는다. 참 특이한 방식이 아닐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리스도인이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신앙을 가급적 비종교적인 방식으로 서술한다. 예를 들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힌 청년으로 언급한다. 저자의 과학적 증명 방식을 통해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결론으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적인 믿음은 언제나 종교적인 방식으로 시작한다. 즉 믿음은 증명을 통해서 도달하는 것이 아니고 신앙적인 방식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상당히 우회하였고 마치 과학적은 방식에 의해서 믿음의 결론이 맞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종교적인 믿음이 있는 곳에 과학적인 증거 방식은 필요치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믿음이 독단적인 방식이라는 말이 아니라 과학의 방법이 도달하지 않는 세계에 있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아주 모호한 길을 걸어 믿음의 땅에 도달한 저자의 변증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여정을 시작하게 만든 물음으로 책을 마치고자 한다. 이것 이상의 무엇이 존재하는가? 그렇다. 나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이 내 직감을 뒷받침해준다. 과학은 당신과 내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고 따라서 우리는 때때로 영적 세계를 들여다보고 신을 알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몸의 유전자 언어, 우리 몸이 보이는 화학반응, 우리 뇌의 신경회로, 이러한 것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를 우리가 알게 되기를 바라는 그분의 솜씨다. 과학은 영성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활짝 열어 젖혀 모두가 볼수 있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온통 신의 지문투성이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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