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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평점 :
<안티프래질>, 제목이 매우 독특하고 생소했다. 처음 보았을때 무슨 신조어 같기도 하고, 암튼 제목처럼 매우 독창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책 자체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하고 도대체 어떠한 내용일지 감이 오지 않고 무언가 매우 거대한 이야기가 통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안티프래질? 도대체 그것이 무슨 뜻이지? 하고 의문을 갖다가 찾아보니 '깨어지기 쉬운' 이라는 뜻을 가진 fragile'에다가 '반대의, 대항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anti'가 붙어서 만들어진 합성어였다. 나는 이 책의 제목처럼 'fragile'을 '프래질'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항상 '프래자일'이라고 발음해 왔기에 처음 들었을때 무슨 단어인지 언듯 떠오르지 않았다. 보통 유리같은 깨어지기 쉬운 택배상자에 깨어지기 쉬운 물건이니 취급주의하라는 영어가 써 있어서 모르는 단어는 아니였다. 그렇다면 앞에 'anti'라는 말이 붙으면 '깨어지기 쉽지 않은, 강한, 내성있는' 이러한 뜻이 될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사용하는 '안티프래질'은 단순한 조합어가 아니라 저자가 만들어낸 신조어이고 저자가 창조한 새로운 개념인 것 같았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자신의 신조어인 '안티프래질'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안티프래질을 회복력 혹은 강건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복력이 있는 물체는 충격에 저항하면서 원상태로 돌아온다. 반면 안티프래질한 대상은 충격을 가하면 더 좋아진다. 이런 특징은 진화, 문화, 사상, 혁명, 정치 시스템, 기술 혁신, 문화적이거나 경제적인 성공, 기업의 생존, 훌륭한 조리법(닭고기 수프나 코낙 한 방울을 떨어뜨린 타르타르 스테이크), 도시의 성장, 법률 시스템, 적도 지방의 삼림, 박테리아의 저항, 심지어 지구상에서 인간의 존재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모든 것들의 배후에 있다. 그리고 안티프래질은 인간의 몸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또는 복잡계)와 책상 위의 스테이플러처럼 생명이 없는 물리적 대상 간의 경계를 정해준다.(p.14)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f/l/flows1/28669596.jpg)
이렇게 '안티프래질'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회복력이나 강건함의 의미가 아니라 어떤 것에 충격이나 반대에 부딪히면 단순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진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이러한 '안티프래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책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모든 영역 즉 신화, 혁신, 정치, 도시계획, 전쟁, 금융, 경제 시스템, 의학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종횡무진하면서 안티프래질의 특성과 안티프래질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이러한 개념을 가장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 히드라를 통해서 가장 쉽게 이 개념을 설명한다. 히드라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생물은 머리를 하나 자르면 2개의 머리가 생긴다. 바로 안티프래질은 히드라처럼 위기가 닥칠때 원래 상태보다 더욱 강해진다는 개념이다. 촛불은 바람에 바로 꺼지지만 모닥불은 바람이 불수록 더욱 활활 타오른다. 이것이 '안티프래질'의 개념이다.
저자가 사전에도 없는 이러한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무작위와 같은 카오스의 시대에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더욱강하게 살아남는 모닥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길들여지지 말고 오히려 길들이며 그것에 맞서서 다욱 강하게 지배하고 정복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책은 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이 많은 분량의 책 내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유명한 전작 '블랙스완'의 후속작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블랙스완>을 읽기 않으면 쉽게 이해되는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수 있다. <블랙스완>에 대한 보완과 실제설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역사와 삶에서 불확실한 무작위성을 없애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확실성과 그것을 수치화 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많은 지식이 증가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무언가 확실성을 부여하여 그것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인간의 역사는 확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게임이였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확실성의 역사는 시대가 지나갈수록 여지없이 깨어지고 만다. 왜냐하면 시간을 인간이 탐사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고 이러한 미지의 영역은 언제나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가운데 인간이 적응하고 그 가운데 더욱 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자가 말하는 '안티프래질'이라는 성격을 지닌 모습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안티프래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바벨 전략을 소개한다. 서로 양극단 처럼 떨어져 있는 것을 조합하고 오히려 중간정도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어정쩡한 것을 회피하는 것이다. 즉 무거운 바벨은 두 끝에 매우 무거운 두 바벨에 의해서 균형을 잡듯이 적당한 정도로 어떤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그것은 오히려 균형을 잃고 무너지기 쉽고 극단으로 밀고 나갈 때 불확실성이나 무작위같은 인생의 무게를 이겨낼수 있다는 전략이 바로 바벨 전략이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이러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벤치 프레스를 하면서 누워서 바벨을 들때 잘못하여 양끝의 무게를 실수로 잘못 맞출때가 있다. 그럴때 여지없이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상처를 입거나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어려움이 있을때 더욱 강하게 극단을 향해서 나아가면 그것이 우리의 삶의 질의 향상과 명성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안티프래질'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현실속에서 적용될때 과연 그것이 현실적합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긴하지만 삶에 상당한 용기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안티프래질' 전략으로 '바벨전략'으로 내게 다가오는 무작위와 불확실성에 당당히 맞설 용기가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핵심개념인 '안티프래질' 은 니체의 말과 정확하게 상응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