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롤리타 여행이 끝났다...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는 나보코프 작가..!
출판된지 50년이 넘은 지라 그간 연구자들의 노고가 있으니
번역판에서는 각주로 단어나 문장에 대한 실마리들을 친절히 설명해주어서 고맙긴 하지만
원서로 읽은 독자들은 판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각주없이 읽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수수께끼처럼 숨바꼭질하듯이 언어적 유희를 찾도록 계속 읽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인이 아니라는, 러시아인이 아니라는 한계점이 있으니 모국인이 아닌 이상 각주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출판 당시 읽었던 독자들은 애호가들은 희열이 더욱더 강렬했을듯하다!
각주로 본 해설들만 보아도 놀라울 따름인데... 그걸 발견한 자들은 자랑하듯 기쁠듯..!
기술적인 기교들은 제쳐두고서라도 ˝롤리타˝는 훌륭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롤리타˝, ˝로리타˝, ˝로리로리한데?˝ 등 인터넷이나 일상 대화를 하며 떠도는 말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롤리타의 어원은 모르겠지만 ˝롤리타 신드롬˝이라는 말이 이 책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제목만 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호기심만으로 책을 만만히 보고 붙잡았다간 큰코다치는 책이기도 하다. 일단 분량도 평소 애독자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양이고... 누가 그랬더라 ˝롤리타˝는 속독자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고 말했듯이... 속독을 했다치더라도 언어적 유희를 느끼며 음미하며 읽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법적으로 미성년자와의 관계는 금지되어 있고
사회적으로도 문제시가 되고 있기에 미성년과의 관계는 죄악시되어 있다.
너무 어린 사람만 좋아하면 사람들은 속으로 의심한다.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마치 동성애자를 바라보듯...
여하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활상식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너무나 너무나 당연한 생각들을 뒤엎고 발상의 전환과 진보적인 사유로 이끌게 하는 작품이 바로 ˝롤리타˝이다.
사회적으로 상식적으로 어른은 미성년자를 사랑하면 안 되기 때문에 마음을 애초에 닫으려 노력해야 하는 세상이다. 사랑하고 싶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야 한다는 것.
˝금지된 욕망이 행동을 부른다.˝ 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금지되어 있지 않다면 ˝금지된 욕망=미성년과의 관계˝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자연스레 흘러갈 거라고 부작용도 지금보다는 없을 것이라고... 불륜도 마찬가지이다.
현 시대는 학교라는 기관이 있기때문에... 학업을 마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시스템내에서 살고 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인생이 바뀔만한 큰 일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아직 세상이 진보되려면 멀었다는 이야기이다. 기술적으로 과학적으로 물질적으로는 진보했을지는 몰라도 인간적인 진보는 너무나 더디게 흐른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의 역사로 말해도 조선시대만해도 남자는 16살, 여자는 14살이면 혼인을 할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신체적으로는 요즘으로 말하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나이이다.
그런 수백년 수천년의 역사가 미성년 나이에도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는데... 단지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막고! 도덕적으로 용납하지 않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들이 팽배해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막고... 이해는 가지만...
주인공 험버트의 경우는 특이한 경우이기는 하다. 험버트의 어릴 적 연인 애너벨을 사랑하였고
애너벨이 죽으면서 10년? 20년이 넘도록 제대로된 사랑도 하지 못하면서 죽은 사람처럼 살았다. 이 여자 저 여자와 영혼없는 섹스를 하면서...
험버트에게는 어릴적 트라우마처럼 각인된 애너벨의 미성숙한 행동, 몸, 마음 그 모든 것이 그 때 이후로 성장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고 해야할까..? 첫사랑이었던 애너벨의 분신만 찾았던 것이다.
험버트는 그런 분신을 님펫이라고 부른다.
어느 날 방을 찾다가 시설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과부의 딸 님펫을 보고(롤리타를 보고) 머물기로 작정한다.
험버트는 롤리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우연의 일치일까? 헤이즈 부인이라고 불리는 과부가 험버트를 사랑한다. 험버트는 헤이즈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고백을 받아준다. 의붓아버지가 되면 더 롤리타와 친숙하게 다가가고 놀수 있으니까...
롤리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사랑하니까...) 험버트는 모든 것을 즐기고 느낀다. 삽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절정에 다다르기도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험버트가 숨겨둔 독백을 담은 일기장을 헤이즈 부인이 발견하고 절망에 빠진다. 독백의 내용에는 당연히 롤리타를 사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롤리타는 요즘으로 말하면 기숙학교 같은 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몇달 뒤에 오는 상황이었고
헤이즈 부인은 놀라 급하게 편지를 부치러 나가다가 교통사고를 겪고 죽음을 맞이한다.
험버트의 롤리타에 대한 사랑은 이로써 비밀로 묻어진다.
이제 험버트의 욕망을, 사랑을 실현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헤이즈의 죽음 소식을 뒤로 미루고 험버트는 롤리타를 데리러 간다.
롤리타와 여행을 하면서 방에 머무르며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드는데
둘이 음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롤리타의 처녀성이 상실되는 이야기... 롤리타가 먼저 험버트를 덮친다.
이게 웬 떡이람. 그렇게 최음제로도 먹히지 않았던 롤리타가 먼저 덮쳐주다니...
거기다가 상대가 완전 사랑하는 님펫이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라..!!
그때부터 공식적인 연인 사이가 된 채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아버지이자 연인인 험버트...
이러쿵 저러쿵 지지고 볶는 연예 스토리가 펼쳐진다.
험버트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한창 섹스를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껴야 하는데 느끼기 전에 강제로 누군가 뺐다고 해야할까?
롤리타는 감옥같은 험버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꼼수를 부린다.
롤리타를 누군가에게 빼앗긴다.(도움을 받아 도망친다.)
이 부분은 아직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긴 한데... 롤리타가 좋아했던 남자와 관련이 있고 그 남자도 소아성애자인걸로 안다. 다만 험버트와는 다르게 사랑이 없는 나쁜 놈이다.
험버트는 2년이 넘도록 롤리타를 찾지 못하고...
그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월이 흘러 롤리타는 님펫을 상실한다.
여전히 험버트는 롤리타를 잊지 못한다... 2년이 지나고 험버트에게 편지가 온다.
편지 내용의 단서를 발견하고 롤리타가 사는 곳을 찾아간다... 결혼도 하고 배까지 불렀네? 롤리타를 데려간 남자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세월이 흘러 님펫을 상실했더라도 험버트에게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아니 여전히 사랑한다.
험버트는 분노한다. 그 놈만 아니었더라면 그 놈만 아니었더라면 어떻게든 롤리타와 더 오래 오래 행복히 붙어 있었을텐데.. 어떻게든 롤리타의 인생이 지금처럼 바뀌지 않게끔 했을텐데..!!
이제는 더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울면서 애원해도 소용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나와 함께 가면 된다...
내가 이놈을 죽이리라.
험버트는 결국 그 놈을 찾아 총으로 쏴 죽인다. 롤리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니까...
감옥에서 자기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괴테가 베르테르를 쓰며 책에 영혼을 불어넣듯이)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도 롤리타의 본명은 밝히지 말라하며 꼭 죽은 뒤에 법정에 공개할 것을 당부한다. 이 대목을 보아도 험버트의 롤리타 사랑을 보여준다.
험버트는 롤리타가 아이낳고 오순도순 남편과 몇십년 행복하게 살다 죽을거라 예상하였지만 험버트보다 먼저 죽고... 심장이 좋지 않던 험버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승으로 간다...
비극으로 끝난다.
예전엔 비극을 싫어했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비극이 더 예술적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느낀다...
죽어서 저 세상에서 만나 사랑을 이루었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