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에서 여이연이론 4
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태혜숙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스피박이 말하는 해체론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

 
1. (데리다의) 해체론은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인식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의 해방(혹은 '목소리 내기')을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어차피 이것은 사이드가 푸코에게서 발견했던 바로 그 가능성이다. 굳이 데리다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어쨌든 하나의 이론이나 텍스트가 일관된 논리와 타당한 권위를 지닌 서사로 확립되는 과정에서 억압되고 무시된 것에 주목하는 스피박의 태도는 지배적 사회계층이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방식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녀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이 두 가지 태도의 핵심은 주체가 규정부정되는 '묵살의 여정'을 추적하는 것이다.  
 
2. 해체론은 지배 담론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이분법적 체계를 전복할 수 있다.
=>이것도 굳이 데리다만의 작업이 아닐텐데..푸코의 계보학 역시 지배 담론이 지식권력으로 작동하는 양상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3. 해체론은 급진적 정치강령이나 전복적 문화분석이 비판의 대상인 지배 담론의 가치와 전제를 재생산하는 것을 막는 '정치적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피박이 '단절 속의 반복'이라고 지칭하는 이러한 재생산의 위험은 저항 담론이 지배 담론의 역전에만 그치는 데서 비롯되며(이를테면,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의 위계질서를 뒤바꾸려는 목적으로 서양에 대한 동양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 결국 저항 담론은 지배 담론의 논리에 여전히 갇혀 있는 꼴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소위 말하는 남한 사회의 진보적 우파 즉 민족주의 진영이 떠올랐다. 지난 세월 그들은 철저한 민족주의적 신념에 근거하여 민족적 정통성이 없는 정권에 저항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반공이데올로기를 민족주의를 우회하여 정면으로 돌파하지는 못했다.
 
4. 스피박은 역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역전에는 반드시 대립항 자체의 즉 구조 자체의 해체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거리두기가 보완되지 않으면 대립하는 두 입장은 끊임없이 서로를 정당화할 것이다."
=> 데리다와 마찬가지로 스피박은 지배 담론에 맞대응하는 역헤게모니적 담론은 '치고 빠지는' 혹은 '마구 헤집고 다니는' 식의 게릴라전보다 오히려 지배 담론에 의해 상쇄되거나 재전유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스피박이 지배 담론을 내부에서 공략하는 '타협'과 '비판'의 방식을 선호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은 지배 담론과 타협하는 것이 과연 지배 담론과 저항 담론이 대립하는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데 얼마나 공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지배 담론을 내부에서 비판하는 것이 지배 담론의 성숙한 자기 완성의 길에 조력하는 것이 되고 말지 않을까? 지배 담론은 저항 담론이 지배 담론 안으로 들어와 자신을 비판할 때 과연 그것을 지배 담론 내부의 자기 성찰 움직임으로 왜곡하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나 "지속가능한 발전의 논리", "사회적 안전망 확충", "다수자 내에서의 소수자 배려 문화" 등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모순의구조 자체를 해체시키기 보다는 그것의 약점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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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6-0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습니다. 스피박 흔적이 있어서 남깁니다. 요즘 관심이 있어 이어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혹 함께 나눌 부분이나 도움될만한 코멘트 나눌 수 있으면해서요. 직장인이구 취미삼아 보는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