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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평점 :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을 처음 읽을 당시에는 '어~ 이런 시각에서 해석하니까 새롭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식으로 말하면 외계인 시선으로 보기같이 아주 일상적인 부분들을 기존의 관점과는 전혀 다른 눈높이로 세상을 보는 것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 보인다는 느낌을 첫 책에서 발견했다. 그러다가 수 년이 지나 '나와 너의 사회과학'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게 됐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한마디로 평하자면 '때가 왔다! 동지들이여 뭉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미 80년대에 우리나라 출판시장은 풍성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사회과학서적이 존재하고 있었다. 당시 지식인층의 다수를 이뤘던 운동권 대학생들이 사상과 이념으로 전신갑옷을 입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많은 책을 읽었던 사람들이 모두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충분히 익힌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어 있다. 첫째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적 방법론과 비교했을 때 변인통제하기가 매우 힘들다. 연역적 탐구방법에서는 실험군, 대조군, 독립변인, 통제변인 등을 설정하여 매우 정교한 통제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은 인위적인 통제를 가하기 힘들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일어난 팩트를 바탕으로 경험론을 유추해내는 수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둘째 예전 운동권 대학생에 해당하는 386세대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후 급성장했다가 1992년 12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화의 도래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문제는 그 시점부터다. 서태지 신드롬에서부터 문화충격을 경험한 386세대는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초입 단계에서부터 기존에 스스로 체화한 막시즘을 통한 사회 비판적 관점을 너무 일찍 잊어 버린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바라 볼 시각은 이미 진부한 것으로 여기던 시대가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결국 IMF가 터졌다. 90년대 지식인 사회층은 그러한 사건이 터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해 내지 못했다. 사회과학을 통해서 사회 변동을 예측하던 혜안들은 전부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이제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을 새롭게 익힐 때가 된 것이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 이미 사회과학의 입맛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변화하는 세상을 향해서 혼잣말로 넋두리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나 책을 쓴다라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초등학생도 책을 출판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과소대표'부터 세상에 대한 선전포고같은 책을 써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한 일차적인 사회과학 방법론은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세세한 부분의 어려움을 떨구어내고 접근한다면 독자는 오히려 어렵지 않게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 세상을 보기 시작 할 것이다. 그 부분이 바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