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13을 봤다.
오션스 11은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고, 케이블로 봐서 그런지 후속작인 12는 허접했다.
그럼에도 13을 만든 이유는 뭘까?
감독이 소더버그인 걸 감안하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자신이 있다는 소리로 봐도 될텐데,
과연 그랬다.
그들이 복수를 하게 되는 설정이 무지하게 작위적이라 어이가 없었지만
복수의 과정 그 자체는 정말 유쾌했다.
한 친구는 내가 오션스13을 보러 간다니까 "그런 유치한 걸 보러 가냐?"-참고로 그는
오션스 11과 12를 보지 않았단다-고 핀잔을 줬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유치한 것에 끌리는데.
만일 소더버그가 14를 만든다면 난 기꺼이 볼 생각인데,
그건 감독의 재능을 전폭적으로 믿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내 뒷줄에는 여자 둘이 앉아 있었는데
영화 시작 전 다른 커플이 그들에게 와서 좌석이 맞냐고 물었다.
여자 둘: (표를 보더니) 맞는데요?
문제는 그 커플 역시 그 좌석이 맞았다는 거.
그들은 할 수 없이 직원을 데려왔다.
직원은 여자 둘에게 표를 달라고 했다.
좌석은 맞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슈렉 3이거든요. 맞은편 상영관으로 가세요."
그네들은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들 웃었다.
하필이면 슈렉과 오션13의 시작 시간이 비슷했던 탓인데
이래서 극장마다 영화 시작 시간을 다르게 해놓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