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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5
조은 지음, 장경혜 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평점 :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에어컨을 정말 하나 들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더웠고!
깜깜한 밤, 잠을 날아가게 하는 열대야로 집앞 마트로 향해서 시원함을 느끼고 왔어야 했는데요.
에어컨은 물론이고 선풍기도 없이! 물도 길어다 쓰고 화장실도 집밖에서 해결하고
냉장고도 없이 여름방학을 지낸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상상만해도 아주 끔찍한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입니다.
텔레비전 중독자 초등학생 지열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얼마 견디지 못하고
반백수의 생활을 하며 홈쇼핑에 푹 빠진 아빠. 이 둘때문에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집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엄마는 과감하게 두꺼비집을 내려버렸어요.
땀이 뻘뻘나는 여름에 선풍기도 없이! 물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인데요
지열매의 가족은 현명한 엄마덕분에 전기없는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책 초반 반장을 하고 싶은 지열매의 선거이야기가 나오는데요.
" 저는 제 이름을 직접 써 내면서까지 회장이 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만일 회장이 된다면,
그건 백 퍼센트 여러분이 뽑아 주신 겁니다 " 라고 연설한 것때문에 지열매는 자신의 경쟁대상인 이열매에게
반장자리를 내줘야했어요. 자신이 지열매인지 이열매인지 정확하게 쓰지 않은 투표종이가 들켜버렸거든요.
그런데 이이야기에서 선생님의 태도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지열매가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비밀투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지열매에게 선생님이 웃으면서 뭐라고 썼냐고 물으신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목소리는 수치심으로 달달 떨렸고, 심지어 소리가 기어들어 갔어요.
이....., 열매.... 요. 선생님은 그제야 내게서 눈길을 거두며 말했어요.
이열매 열일곱 표, 지열매 열다섯 표로 이열매가 우리 반 회장이 되었어요."
아마도 제 중학교때 생각이 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반친구가 가출을 했는데 그때 쉬는 시간 공부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일으켜세우더니 친구가 가출을 했는데 공부를 하고 있는게 맞느냐면서 말씀을 하셨던게 기억이 나요.
말씀이 아니라 친구들 앞에서 혼난 기억이...그게 20년이 지난 일인데도 생각이 나는 건 왜 일까요.
지열매의 선생님을 보니 갑자기 그 선생님이 생각이 납니다.
맞는 말씀이지만 지금까지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갑자기 그때가 불현듯 떠오르더라구요.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평생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책속에 나오는 지열매의 생각들은 착한 아이의 이야기라기보다 좀 더 솔직한 아이의 심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전기를 쓸 수 없게되자 손빨래를 하고 고생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고 시원하게 지낼 수 없는 것에 화를 내고
아빠와 함께 엄마 없을 때는 두꺼비집을 올려 전기를 쓰고,
아빠가 좀 더 용기를 내서 엄마에게 화내서 문제가 한방에 해결되길 바라기도 하는 지극히 아이로 묘사되고 있어요.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서 마당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는 괄괄한 여자아이입니다.
어찌보면 지열매의 행동과 생각들이 무조건 안된다! 하지마라!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가 커서 어쩌면 좀 더 멋진 생각과 스스로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본다고 지열매의 엄마처럼 과감하게 두꺼비집을 내릴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전기가 없는 생활을 하면서 식구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마당에 모기장을 켜고 같이 자고 동네 사람들과 좀 더 많은 것을 함께 나누는 생활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이나 텔레비전등에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 간접경험으로라도 전기가 없는 세상을 한번 만나게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하루라도 따라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