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같이 배트맨 비긴즈를 보러 갔는데 상영종료 된 바람에 할 수 없이 우주전쟁을 보았다. 아, 안 보려고 했는데.
일단 나는, 우주인이 너무 전형적이라거나 결말이 허무하다거나 하는 건 용서해 줄 수 있다. 원작이 그러니 스필버그의 잘못은 아닌 거다. 물론 원작을 현대에 맞게 변형시킬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불만을 제기하진 않겠다. 내 생각에 웰즈의 우주전쟁을 원작으로 했다고 하면 결말을 변경시킬 수는 없을 거 같다. 그 결말이 소설의 반전이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그러나 스필버그가 그린 가족관계와 인간감정의 유치함은 도저히 눈 뜨고 봐 주질 못하겠다. 꼭 그런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는 건가? 그 가족은? 그 와중에서 또 서서히 가족애에 눈뜨고 마지막엔 서로를 용서하는.....무슨 공식인가?
우주전쟁(전쟁도 아니다. 일방적으로 당하다 이유도 모른채 끝난다) 와중에 정말 짜증나는 시츄에이션.
1. 아빠랑 오빠 보는데서 오줌을 누란 말이냐며 안 보이는 곳을 찾아가는 딸내미. 나 같으면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 붙이고 차 옆에서 해결하게 한다.
2. 나도 싸우겠다며 무장한 군대를 무작정 쫓아가는 아들내미.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아무리 이 아들이 정의감이 강하고 패기만만하다고 해도 딱 보면 상대가 안된다는 걸 아는데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총 한 자루도 안 가진 놈이 뭘 어쩌겠다고? 맨땅에 헤딩도 이거 보단 낫고 아마 그딴 행동이 눈꼽만큼이라도 의미가 있다면 계란으로 집채만한 바위를 톡 쳤을 때 쩍 하고 바위가 갈라질 것이다. 바보냐?
그 아들내미가 나도 그들과 싸우겠어요! 하면서 비장하게 군인들을 쫓아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거나 배에 매달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위험한 곳을 기어오를 때 내가 한 줄기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은 내 심성이 비뚤어져서인가? 마지막에 감동의 가족상봉을 할 때 멀쩡한 얼굴로 대디!를 외치는 그 녀석을 탐 크루즈는 뜨겁게 안아 주었지만 그 때의 내 심정은 10연발 자동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었다. 넌 정말 부모 잘 만난 줄 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