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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ㅣ 동양고전 슬기바다 11
법구 엮음, 한명숙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오래된 부처의 말씀을 묶은 책의 하나이며, 그 형식에 있어 시적 운율을 지닌 게송이다. 구원이 마음의 선악에 달렸다는 쌍요품에서, 진정한 브라만이란 인연을 끊어내고 삶을 벗어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범지품까지 26품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초기불교의 기본적 생각 즉 소승적인 형태의 불교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우주의 질서에 합류하여 윤회의 고리를 끊고 신의 품에 드는 방법으로 현생에서의 올바른 업을 부처는 가르친다. 고통의 세상 가운데 아직 닿지 못한 내 자아 안의 신의 모습을 찾아 혈연과 情의 일체의 얽어매는 것을 풀어버리고 우주의 중심 안으로 소멸하는 자아를 꿈꾸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인류가 가진 인간과 신에 대한 태도의 한 편을 잘 설명해 준다. 하나는 신이 인간의 외적 조건을 무시한 채 말할 수 없이 사랑하여 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로 느껴지듯 고통 뿐인 이 시험의 세계에서 인간은 신을 향해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신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다른 세계를 살게 하고 인간에 대한 태도도 바꾼다. 신이 사랑하는 가장 궁극적 존재가 인간이라면, 우리는 현재를 긍정하고 나의 오류와 약점이 언젠간 사라질 것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갖고 살게 된다. 달리 만약 인간이 우주의 원리로부터 파생되어 나와 일시적 과오의 응어리로서 현재의 인간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면, 우리는 현재를 부정하고 나의 존재를 부정하며 신의 성품의 실마리를 찾아 지난한 싸움을 시작하여야 한다.
이토록 다른 두 세계는 우리가 [이 고통은 무엇으로 인한 것인가?]라고 물을 때마다 우리 앞에 언제나 등장하는 두 실마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