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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존에게 그의 어머니에게서 말로만 듣던 세계는 정말 아름답고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구세대적 인간인 그에게 이 새로운 멋진 세계는 무엇을 희생해야만 얻어지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인간다움과 자유를 댓가로 얻어지는 안정과 쾌락, 소마soma휴일과 감각적 만족의 삶은 부모와 예술, 종교와 지성에 대한 추구, 결국 모든 인간다움을 담보로 한다.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불행해질 권리를 원합니다.늙어 추해질 권리,굶을 권리, 질병에 걸릴 권리, 내일 일로 불안에 떨 권리, 온갖 고민에 시달릴 권리 그 모든 것을 원합니다. ”
헉슬리가 보여주는 안정을 목표로 하는 세계의 구도는 생물학적 방법론의 가능성과 공리적 행복의 추구라는 20세기의 두 빛의 천사가 만나 만들게 될 지옥같은 세계를 보여준다. 개인으로의 인간은 사라지고 기능으로서의 인간단위만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민족주의든 집단적 인간이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시대정신이 몰고갈 종착역이다.
"[멋진 신세계]의 주제는 과학의 진보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물질의 과학화는 삶을 파괴하거나 복잡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유토피아는 이미 오래 전에 누군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리에게 근접해 있다. 나는 이를 향후 600년이라는 미래에 투영시켰지만 그 공포는 1세기 안에 다가올 것처럼 보인다.” (헉슬리)
2032년안에 우리를 몰고가리라던 이 세계는 벌써 그 냄새를 풍긴다. 소비를 위한 선전과 대중의 세뇌, 노동자계층을 만족시켜 편입시키는 세계구조. 인간됨과 신, 죽음의 의미에 대한 생각들과 추구에 대한 조소 혹은 무플. 멋진 이 세계는 훨씬 강력한 프로스페로의 마법으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할 길로 몰아가고 있다. 사회안정은 우리의 모든 권리의 박탈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 안정과 번영이라는 허여멀건허니 비대한 짐승 앞에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내려놓고 주입된 유치한 구호를 되뇌는 백치로 살아가든지, 죽고 싶어할만큼 지독한 고통의 인간됨을 선택하든지를 강요받는 계시록적 전경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