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신서 114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17년 뮌헨대학 학생단체에서 강연한 내용인 이 글은 짧은 소책자 정도의 분량 속에, 학자라는 직업이 20세기의 사회와 철학적 배경에서 의미하는 바를 막스 베버적 인문학의 관점에서 다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교수는 더 이상 학문의 상아탑에 위세를 떨치는 권위적 존재가 아닌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직업인으로 비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천부적 소질에 따라 소명감을 가지고 신비를 파헤쳐 가는 고고한 수도자가 아닌 하나의 객관적 지식 전달자이며, 완성된 학문의 최고봉을 이루며 한 문파를 형성하는 위치가 아닌 그저 또 하나의 지식의 벽돌을 학문의 진보 위에 얹는 역할을 하는 소박한 기능인으로 교수를 본다.
 
그의 이런 관점은 베버 자신의 합리주의화 혹은 탈주술화의 근대 이해와 맞물려 있지만, 동시에 독일철학의 전통인 역사의 발전과 이성의 완성을 향한 흐름, 변증법적 이론충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진보의 흐름에 기여하는 개인의 소박한 역할에 대한 이해와 닿아있음을 본다면 당연히 헤르더, 괴테, 헤겔, 니체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주장은 더욱 깊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학자에 대한 그의 이러한 접근이 여전히 유용한 것은 더더욱 많은 학자들이 학자의 지위를 사회정치지도자로서 나서는 발판으로 여기거나,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어 스스로 편향된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authorized person이 될 소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의 역할에 대한 자기성찰의 부족은 자연스레 학자를 정파의 이론적 지지자나 특정 경제체계의 정부측 혹은 자본측의 어릿광대, 혹은 연구비를 위한 노예로 만들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학문에 대한 이해부족의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은 학자를 믿는 사회와 자기역할을 잊은 학자자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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