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서해클래식 4
토머스 모어 지음, 나종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16년 포르투갈 스페인의 패권과 새로운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득세의 와중에 영국은 본격적으로 나라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16세기초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제4차 항해후 [신세계]를 발표하였고, 여러나라들은 비등한 힘을 가지고 서로 동맹국을 바꾸어가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후스에 의해 시작된 새로운 종교의 기운은 이 책의 다음해인 1517년에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 운동으로 나타나게 되며, 왕권에 대한 전략적 사고는 이미 1513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으로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것을 위해 옛것을 뒤엎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런 부글거리는 시대에, 토마스 모어는 플랑드르에 사절로 파견되어가 있던 와중에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우화와 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가 그린 유토피아는, 당시의 영국처럼 필요없는 유한 계급과 독점적 양모산업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범죄자로 나서야하는 그런 국가가 아닌, 정치적 이상국가이다. 모양은 영국과 흡사하나 사유재산이 없고 놀고먹는 사람이 없는 이 나라에선 누구나 여가를 즐기며 사치와 호사에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그들의 가치는 진정 정신과 영적 세계에 있으며, 외교는 어리석은 주위국가로부터의 전쟁을 막고자 하는 노력일뿐 스스로를 다른 국가에 의존치 않는 나라이다. 박노자가 언뜻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모어의 세계는 우선 철저히 물질적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영국에 비일비재한 굶주림과 범죄, 비인간적인 의식주에 내몰린 빈민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방향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삶의 형태를 떠받치는 힘이 그리고 이런 공산사회가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제도로 자리 잡은 이유가 그 주민의 영적 세계관에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세상의 것에 그렇게 안달하지 않음으로해서 공산사회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강요되지 않으며 비교에 농락당하지 않는다. 과연 이 책이 500년전의 책인가? 우리는 아직도 이 일들을 스스로 겪으면서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나종일 번역의 이 책은 화보로 가득하고 책 표지가 마치 청소년용처럼 예쁘게 꾸며져 있음에도, 번역에도 충실하다. 번역자의 다른 책인 윌러스틴의 [자본주의 문명]도 이런 다채로운 화보가 곁들여지면 혹 청소년들도 관심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책읽기에 좋은 시절이다. 마음에 여유만 없을 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