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민음사 세계시인선 25
T.S.엘리어트 지음, 황동규 옮김 / 민음사 / 197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집은 엘리엇의 나이 27살인 1915년에 낸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 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전주곡들 Preludes, 우는 처녀 La figlia che piange와 34살의 나이에 쓴 황무지 The waste land로 구성되어있다.
 
그의 시는 많은 고전들로부터 나온 인용구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 엘리엇 당시의 음악, 가극, 유행어를 담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 고전에 대한 이해와 이 책의 주석들이 도움을 얻으면 아예 감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엘리엇이 이 시의 독자로 여긴 영미 지식인보다 이 책의 한 부분인 불교적 이해로는 우리에게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이런 드러난 참고문헌 이외에 또 시대의 여러 조류와 인물들을 반영한다.  약한 자들의 순종에서 도리어 희망을 보는 것이나 신에 대한 기다림은 예이츠를,  무의미한 이 인생을 죽고 싶어하는 마음에선 보들레르, 여성에 대한 폭력 속에서 이 시대의 어둠을 보는 것은 밀, 쇼, 입센을, 성과 죽음의 무의식 위에 서 있는 노동과 오락의 건강성은 프로이트를 보게 한다. 어떻게 엘리엇은 20-30대에 인생을 이러한 깊이로 볼 수 있었던가?
  
엘리엇은 황무지의 끝을 세마디의 천둥의 소리(Ta)로 맺는다. 다타-주라, 다야드밤-공감하라, 담야탸-자제하라. [이걸로 나는 겨우 내 폐허를 지켜왔다]는 고백처럼 유토피아가 될 수 없는 이곳 황무지에서의 삶은 참음을 요구한다. 무엇을 위한 인내인가? 암살당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천둥은 요란하나 물은 없는, 마른 바위산엔 언설만 난무할뿐인 시대에 천둥의 소리처럼 정말 생명은 올 것이라는, 과연 지금은 시험의 때에 불과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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