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 - 2004년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4
프로이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900년에 초판이 나오고 1929년 8판에 이르도록 개정되어온 이 책은 프로이트가 자신의 작품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작품이다. 놀랍게도 이 책은 [꿈의 해석]에 목적이 있는 책이 아니다. 그 자신도 이 책에서 밝히듯이 그에게 꿈이 어떤 의미를 갖으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그의 주관심사가 아니다. 또한 꿈의 발현에 있어서 무의식이 작용한다고 하는 것도 그의 독특한 주장은 아니다. 만약 꿈해석만이 그의 관심이었다면 이 책은 프로이트의 중심서적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프로이트에게 꿈의 해석은 정상적 심리기관 내에 작용하는 무의식의 성격과 그 프로세스를, 귀납적으로 도출하게 하는 자료로서 그 가치를 지닌다. 그가 밝혀내고 확신한 무의식의 작용기전은 두 개의 단계로 구분된다. 즉 무의식에는 지각의 부분과 전의식의 부분이 존재하며, 지각과 억압 혹은 검열의 균형 아래에 정상적 심리적 배출의 경로와 억압에 의한 퇴행 혹은 전이의 이탈된 경로를 나타낼 수 있음을 보인다. 그의 꿈 해석은 그래서 신경증 이해와 맞물려 있으며 동시에 이들 꿈이나 히스테리 같은 정신작용이 발생하는 정신기제 자체의 작용 메카니즘을 보이는데로 진행하여 간다. 

 더욱이 그의 임상의로서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그가 이런 프로세스 자체의 규명에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전의식과 의식 사이의 통로에는 집중한 반면 무의식과 전의식 사이의 검열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이런 실용적 사용체계로서 그의 가설을 비유적으로 정립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결국 우리가 인식하고 교정할 수 있는 의식의 과정에서 이런 무의식의 이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찾고자 한다. 그에게 결코 전의식적 검열관은 적이 아니며 인간의 균형을 위한 안전장치이며 의식은 그 반영물과 같은 역할임을 보인다. 의식은 하나의 감각기관으로 리비도의 집중을 조절함으로서 무의식과의 충돌을 피하고 안정적 정신기관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에코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비행선과 사랑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통해 정신의 윤곽을 가설하고, 그 가설아래 의식의 수준으로 끌어낸 문제를 풀어보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식을 쾌락의 체계에 맞추라]가 정답인가?

 그의 독창적 체계는 명확히 근간을 과학적 이해라는 패러다임 안에 둔다. 자신의 환자의 병리와 자신의 꿈의 해석을 어울어 그가 석사와 박사를 거치며 겪었던 [바보처럼 묵묵히 진행하는] 생리학 실험처럼, 그는 가설의 검증과 수정을 통해 이 체계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체계는 프로이트 시대의 유행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무의식의 진화적 발달의 축적에 대한 가설은 다윈을, 도덕적 계보의 형성과 무의식과의 충돌은 니체를, 무의식의 지각조직의 유일한 특성으로 불쾌와 쾌를 잡는 것은 스피노자로부터 내려온 공리적 흐름의 한 부분을 비친다. 과연 무의식은 의식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일까? 더 나아가 무의식은 의식을 깨닫게 하는 보조자로서가 아니라 의미의 진정한 해석자인가? 또한 그 의미는 결국 쾌감의 원칙일까? 현대적 생물학 이해는 이 체계에 수정을 가할 것이다. 한편으론 지나치게 인간의 능력을 확신하던 당시의 반종교적 유행 또한 이 체계의 고려할 면임을 알 수 있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체계는 꿈과 신경증 이외에도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결정적 해답은 유보적이다. 하지만 분명 프로이트 이전의 세계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의식의 세계에 국한되었던 반면, 프로이트로 인해 아무 의미가 없어보이는 단편들 안에 오히려 억압되지 않는 진정한 무의식의 모습들이 나타남을 깨닫기 시작하고 문학,철학,예술의 이해 수단으로 발전해 왔음은 현대의 이해에 있어 이 책의 가치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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