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5
에리히 레마르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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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차 세계대전 휴전협정 20주년 전날인 1938년 11월 10일, 퐁드 랄마에서 라빅은 자살하려는 한 여자를 구한다. 그녀의 이름은 조앙. 독일에서 피난온 불법체류 의사인 라빅은 조앙과의 관계에 혼란스러워 한다. 라빅은 피난민으로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한다. 그리고 빚어지는 갈등과 줄다리기들...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다시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 조앙은 우발적으로 쏜 어느 남자배우의 총에 죽어가고, 라빅은 다음날 프랑스 피난민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는 독일에서 존경받는 의사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 옳지 않은 것에 대한 자존심으로인해 그는 자신의 국가로부터 버림받는다. 자신의 존재에 충실하고자하나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힘앞에 절대 무기력한 한 개인의 삶이다. 레마르크가 그린 1,2차 대전 사이의 인간의 존재란 철저히 국가라는 체계가 만들어낸 부조리앞에 희생당하는 인간들이다. 사랑과 삶의 이유 또는 인생의 보람이라는 개인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행복들이, 개선문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승리 앞에 철저히 유린당하는 어두움이다.

그의 사랑하는 여인을 죽였던 게슈타포 하아케를 파리에서 만나고, 집요하게 좇아 살해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는 하아케를 죽여 그를 얽어맨 압박에서 놓임을 받는다. 심지어 자신의 도피나 또다른 이어질 생존의 추구의 끈을 놓아버릴 정도로...그는 성공했는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했을 뿐이다.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폭력앞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국가에 대한 우리 저항의 한계조차도 개인적인 원한의 갚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가의 보호아래 의사라면 당연히 느꼈을, 의사로서의 불치병환자에 대한 허탈감조차도, 암으로 죽어가는 한 미국인을 부러워하게 만드는 피난민의 존재에 압도당한다.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 파리의 이방인인 그는 부조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착취에 홀로 맞서야 하며, 또한 자기힘이 미치지 못하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난민인 자신에게 지쳤다.

우리의 존재의 근거는 비참하게도 이제 국가임에 틀림없다. 국가는  생존과 행복, 존재이유의 탐구와 삶에 대한 정의의 근거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피해 도망할 수 없다. 어느곳에서든 우리를 지켜보며 일탈에 대해 냉혹하다. 이것은 무슨 체념과 도피가 아닌 현실 존재의 조건이다. 국가가 우리의 삶의 방식과 이유를 정의한다. 그래서 점점 개인으로서 의미를 찾는것과 옳음을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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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2008-03-1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 서평이라서 다음의 주소로 허락도 없이 스크랩해 갑니다. 카를님께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히고, 작성하였습니다. 저도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읽고 저만의 서평을 작성할 예정입니다만, 카를 님께서 작성하시 것처럼 멋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스크랩해가서 죄송합니다. http://blog.empas.com/rang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