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에 갔을때, 그래도 그 동네에서 지식인임네 하는 사람들에게 논어에서 잘 이해 안되는 구절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헉, 읽어본적이 없덴다. 논어는 중국의 정치와 철학에 중요한 책이었지만 이제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만 읽히는 책이 된걸까? 나도 공자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관심이 가게 마련...논어는 소로우가 사랑하는 책이었고 나도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논어는 공자의 사상이 노자와 다름에 많은 강조점을 둔다. 이것은 역사에 참여하는 자의 얼룩 묻음과 세상을 등진 삶 사이의 오랜 갈등을 보여준다. 세상을 등지고 자기안의 창조본성과 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삶. 나빠지기 마련이고 사람을 망치기 마련인 더러운 정치놀음에 가까이 않는 것. 분명 옳은 삶의 하나이다. 그러나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삶에 눈감고 있을 것인가? 그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깟 얼룩묻음이야 다시 씻으면 되는 것을...공자는 자신을 위한 삶이 자신을 위하지 않고, 타인을 위한 삶이 자신을 위한 삶임을 보여준다. 더러운 정치의 암투와 전쟁, 속임수와 배신. 그래도 그는 그 자리에 옳은 사람이 들어서야한다고 믿는다.
 
논어는 하늘뜻에 그 근본을 둔다. 주위의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도, 존대하고 예로 대하는 것도 사실 하늘이 있고 그 뜻이 선함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준이면 그것은 기준이 없음이다. 허접한 옆사람을 어찌 사랑하랴? 하늘이 그 사람을 사랑함을 알지 못한다면...극악무도하고 아래로만 향하는듯한 세상의 풍속과 비참함 또한 하늘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면 한가닥 희망이나 가져볼 수 있을까? 하늘이 있음으로 그리고 그 선한 뜻이 있음으로 옳은 삶을 살 이유가 있다. 공자는 뒷사람後生을 두려워했다. 웃사람이 아닌 아랫사람, 사람의 시선이 아닌 하늘의 시선, 두려워한 것이 도치되어있다. 하늘이 없으면 어떻게 후생을 두려워할까? 이것이 진정한 지혜임을 살아보며 느낀다.
 
논어에는 이 모든 일의 중심에 自己가 서 있다. 수양과 반성, 끊임없는 배움과 사고의 훈련들. 이것은 자기가 바로 될때 하늘뜻 실천과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일이 가능해짐을 뜻한다. 자기가 되어있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까? 수많은 꾀임과 교묘한 말과 욕망을 자극하는 유혹을 어찌 이길 수 있을까? [君子求諸己,小人求諸人 군자는 일의 원인과 해결을 자기 안에서 찾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자기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임을 공자는 또한 알고 있었다. 이것이 두고두고 문제임은 모든 도의 길을 가는 사람은 알고 느끼며 절망하는 이유이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자기를 이겨내 예로 돌아감이 仁이다. 단하루만이라도 자기를 이길수 있다면 천하는 仁으로 돌아갈 것이다] 천하는 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기를 이길만한 사람이 없는 때문이다.
  
결국 하늘이 기준이나,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다. 자기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절망적 현실 앞의 무한한 힘의 원천이 되어야할 하늘뜻이 명시적이 아닌 때문이다. 하늘뜻을 찾고자하나 하늘의 뜻은 모호하다 역을 하거나 점을 쳐도 선한 뜻이려니 한다. 이것이 근본인데 주어지지 않으니 답답하다. 천지의 조화와 생물의 기이함을 보면 그 뜻을 알듯도 한데 하늘은 말이 없다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논어는 우리나라 사람이 원문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소로우의 [원문으로 읽는 것이 진정한 이해를 준다]는 말이 문득 기억난다. 그에게는 라틴어였지만 우리에게는 한자가 있는 셈이다. 이 책의  앞 부분 번역도 아래에 자세한 주가 있어 도움이 되나, 뒷부분에 수록된 원문 읽기를 권하고 싶다. 원문에 필요한 해석들이 같이 있어서 원문으로 읽으며 해석자의 생각을 뛰어 넘어보는 재미가 있다. 도는 우리 마음 속에 있고 각 사람이 자란만큼 들리는 것이니까...추가로 콘텍스트 안에서 텍스트를 보기 위해선 공자의 삶과 제자들의 됨됨이도 공부를 병행하면 살아있는 공자를 만나는데 더 도움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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