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외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죽음의 집의 기록]
 
29살의 도스또예프스끼는 반역죄로 총살형을 선고 받았다. 1849년 4월, 그는 니꼴라이 1 세의 왕정을 비판하고 급진적 민주의의를 주장하던 뻬뜨라셰프스끼 사건에 연좌되어 다른 서클 회원과 함께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총살 직전 황제의 특사로 4년간의 시베리아 징역형과 4년의 병역의무로 감형되어 그는 시베리아로 유형된다. 이 시베리아의 옴스끄 감옥에서 지낸 4년간의 생활을 고스라니 담아 40세에 출간하게 된 것이 이 책중 [죽음의 집의 기록]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이 글은 그래서 도스또예프스끼 자신의 감옥생활에 대한 기록이면서 또한 그가 그곳에서 관찰한 범죄자와 범죄에 대한 형벌 시스템에 대한 관찰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그가 본 유형수로 온 범죄자들은 스스로의 범죄행위에 대해 특별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도리어 그들 자신을 현 사회제도의 희생자로 여기며 분노하는 것이다. 러시아 민중은 그들이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강제로 놓여져 있으며 그래서 유형자가 되었고, 이런 부당한 형벌이 결국 그들의 죄를 정당화해준다고 믿는다. 이런 부당한 사회 시스템의 개발 및 유지 보수는 지배층의 전유물이다. 유형자들은 그러므로 상부층이 만든 시스템에 희생당하는 자신들의 모습에서 결코 죄를 발견할 수 없다. 그들은 희생자일 따름이다.
 
최근의 뇌물수수사건이나 대학에서 연구비 횡령 후 당사자들의 태도는 그것이 늘상해오던 일이거나 관습적으로 받아들일수 있을때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나에게 쏟아지는 모욕이나 혹은 비난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옳음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누군가 정한 룰에 의한 이런 정죄는 과연 불합리하다. 우리 사회는 범칙금이란 내가 잘못해서 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이다. 잘못된 최고속도 기준, 잘못된 장소에 설치된 카메라, 숨어서하는 잘못된 적발. 모두 다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재수없게 걸려들었을까? 어쩌면 그때의 러시아나 우리는 많이 닮아있다. 과연 그러면 죄란 존재하나?
 
이런 죄에 대해 우리사회는 이렇게 처리한다. 이런 종류의 일이 터지면 전 국민을 잡아넣을순 없으니 그중 본보기 일부만 처벌한다고한다. 이는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관행이며 걸린 사람만 재수가 없다는 의식을 국민과 심지어는 지식인과 그들 밑에서 배울 장래의 우리 지식층 사람에게까지 교육시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사회에 현재 명확한 잘못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잘못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은 아닌가?  우리사회 범법의 기준은 항상 여론과 이를 조정하는 교묘한 잔재주에 놀아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나라를 망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나라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기준의 붕괴는 분명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며 기준이 없는 백성은 스스로 붕괴하게 될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에 있어 이런 흔들리는 작의적 기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민중의 가슴안에 숨겨진 본성을 본다. 본성의 깊은 곳에서 인간의 자기 죄에 대한 자각과 인간의 어떠해야함에 대한 명확한 내적 기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천성적으로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소유됨에도 불구하고 교육되고 개발되어지지 않으면 무시되기 쉬운 지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 본성을 지하실에서 스스로 고뇌하는 지식인 안에서가 아닌, 수용소에 갇혀 인간의 진실된 삶, 비참함, 추악함과 악함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존재를 직접 봄으로써 깨닫게 된다. 인간은 자기의 죄를 보아 깨닫고 바꿀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이다. 결코 시스템에만 좌우되지 않는...이 책을 통해 비로소 그의 이후 저작인 [지하로부터의 수기][죄와 벌][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실마리가 주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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