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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평점 :
누가 그의 이름을 내게 다시 들렸던가
아마 박노자였나보다. 어느 묶음글에 나온 박노자의 회고적인 글에 문득 황지우의 이름을 보았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그의 시를 다시 읽는다
아마도 오육년 전이었겠지
그의 시는 나에게 고욕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고통은 과장되고 그의 넋두리는 내게 엄살처럼 들렸다
그리고 얼마 안되는 시간이 지나고
그의 시는 나를 펑펑 울게 한다
그의 금붕어 담긴 비닐봉지를 느끼고
그 막 너머 갈 수 없는 곳
가고 싶으나 아직은 여기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어렴풋한 확신
그는 꺾여진 자기 날개를 바라보던 콜리지의 아픔을
이곳에서의 사랑으로 가슴 아픈 디킨슨의 승화를 다시 보게 한다
늙음과 질병과 죽음. 그 너머에 깨끼발 뛰며 마냥 웃게될 세계를 볼 수 있게 한다
나는 그를 다시 발견한다
술잔 앞에 고개숙인 우울한 선배가 아닌, 두눈 한가득 다음 세상을 머금은 한마음으로
이제 그와 가죽부대를 늘어뜨리고 마주 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