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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역사
토머스 칼라일 지음, 박상익 옮김 / 소나무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1840년 칼라일이 런던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가 말하는 영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며 영혼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의 영웅 리스트는 특이함을 지닌다. 북유럽의 신으로 여겨진 오딘이라는 인물부터, 마호메트, 단테와 셰익스피어와 루터와 녹스, 그리고 영국의 문인들과 크롬웰 등이 포함되어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고 그것을 발견하고 성실하게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살았다는데 있다. 그는 이 목록에 포함된 인물중 루소나 나폴레옹에게는 인색하다. 성실하며 남이 못보는 것을 보았으나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끝까지 진실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칼라일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물질과 야망, 표면적 역사와 인생관이 아닌 저너머의 세계에 눈을 고정하고 그 열정에 압도되어 산 사람들에게서 위대함 즉 영웅적 삶을 본다.
이 책의 원제 [Heroes, hero-worship and heroic in history]에 포함된 hero-worship영웅숭배란 이런 위대한 한 인간의 시각을 공유하며 그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그를 믿고 힘을 실어줌을 의미한다. 이 세상은 먼저 영적 본질을 본 영웅과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살만하고 의미있으며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영웅의 위대성이 신을 보며 그 앞에 놓인 인생의 의미성을 알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라면, 그 진정함을 알아차린 사람은 그런 모습에 공감하고 그 방향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올바른 지도자가 섰을 때 백성도 올바른 삶을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우리시대의 혼란과 비참의 원인은 신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겉껍질 뿐인 인생을 마치 그것이 모두인양 살아간데서 있다고 보는 것이며 인간역사 속의 빛이 비추이는 한 지도자의 깨달음의 순간에 바로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인물중 마호멧, 루터, 녹스, 크롬웰은 나이 사십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들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이미 인생이 모두 궤도에 진입한 시기에 그들은 도리어 진정한 삶의 새로운 궤도를 밟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십까지 살아보니 앞으로 살 날도 이와 비슷할 것 같은데, 이렇게 허접하게 살다 죽을순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사십은 불혹, 옳은 뜻이 흔들리지 않게 되는 나이라 했다. 흔들리지 않는 뜻을 갖게 됐다면 그 다음은 진정 그렇게 사는 일이 남는다. 인생이 정말 육체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리 없다는 걸 안다면, 이제는 더 높은 삶을 원하여 그 가운데 불타고, 그 기쁨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나도 이제 곧 사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