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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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들레르는 과연 무엇 때문에 이 사람에게 열광했었던가? 흥미거리의 대중소설이나 써서 밥벌이를 하던 망나니가 아니었단 말인가? 과연 포가 시작한 일은 무엇인가? 그의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은 그의 소설에 있어서의 특징과 그의 문학관을 엿보기에 충분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포 소설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그 길이의 짧음에 있다. 그는 시에서도 그렇지만 머리 속에 정리하지 않고 글을 써대는 사람만이 길게 글을 쓴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의 글이 짧은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한편의 소설에서 얻고자한 것은 오직 하나의 분위기 혹은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공포이든 두려운 호기심이든 그 한가지를 얻기 위해선, 나머지 잡다한 것들이 끼어들면 들수록 그 목적인 감정은 희석된다. 그에게 특징적이고 탁월한 분위기와 심리의 묘사도 오직 단일 효과의 획득에 모아진다. 짧게 모두 표현하면서도 미적 효과의 전달에 성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그의 소설관은 자연히 대중을 끌어들이는데 더욱 큰 힘을 갖는다. 저작의 의도부터, 치밀한 상황설정과 앞뒤의 아귀를 맞추는 모든 노력이 "moved"에 있는데 moved 안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읽고나면 섬뜩함이든 안타까움이든 황당스러움이든 작가가 원한 방향으로 감정의 움직임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짧은 글 속에 독자의 흥미와 집중을 놓치지 않는 그의 글쓰기의 성공인 것이다.
 
이 책을 보며 포의 소설이 반드시 그의 시와 함께 읽혀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보들레르는 당시 낭만주의에서 볼 수 없는 치밀한 이성과 계산을 포의 시에서 본다고 했다. 또한 보들레르 자신과 너무나 닮은 초월의 추구를 발견하고 기뻐한다. 포는 분명 의도된 작가이고 그 의도는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추구가 구원의 가능성을 갖는다는 [악의 꽃]과도 통한다. 죄의식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인간이 무엇인지 더 철저히 알고 이 어두운 부분까지를 결합시킴으로서 인간의 통합이라는 구원을 찾는 것이다. 그의 소설 또한 이런 기획과 절망적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에서 더 잘 이해됨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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