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사회는 다름을 용납하는 문화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사회는 아니다. 그래서 다름은 적의 상징이며 다름을 나타내는 것은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학회때 반론이 섞인 질문은 흔히 상대에 대한 약간의 무례의 의미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영미권 사람들과 학술행사를 하다보면 유달리 발표된 내용에 대해 질문과 토론을 좋아함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런 토론 자체가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나 관심을 갖고 흥미를 많이 느끼며 활발한 토론은, 발표내용이 소수 의견이고 기존의 의견과 충돌하는 발표일 때이다.  이런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간 다소 적대적인데 비해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발표와, 혹은 자신의 발표에 대한 반론을 반기는 분위기라는 것이 큰 차이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소수의견은 기존이론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기존이론의 장점을 부각하거나 때론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어릴 적부터의 토론 문화에 깊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자유론]에선, 영미권도 기본적으로 오랜 과거로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음과 이것이 한 백오십년간의 달라진 그들 문화의 한 부분임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존 통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분명 발전의 초석이며 우선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일임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분명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데 더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활력과 발전은 없다는 것이 밀의 주장이다.

주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밀은 더 나아가 그들의 돌출적이기까지한 행동이나 문화라도 용납되어야 할 필요에 대하여 주장한다.  각 개인이 각자가 생긴 모습대로 살 수 있는 사회라면 다양한 대안과 문화적 선택이 존재할 수 있으며, 도리어 이러한 다양성 안에서만 진정한 의미의 독창성과 발전이 이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각 개인의 생명력이 제한 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즐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하고 자유로우며 개인도 사회도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밀은 순수한 이론적 주장에만 머무는 사람은 아니다.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르 실현할 수 있는지를 돌아본다. 분명 사람이 부딪혀 사는 현실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정부가 간섭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한 비교적 균형잡힌 견해를 보여준다. 다른 사람을 침해하거나 명확히 나쁜 영향을 타인이나 혹 자신에게 줄 수 있을 때 그는 이런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자유라는 목적을 위해 상당부분의 불편을 감래하는 것이 필요함을 빠뜨리지 않는다. 나아가 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정부를 제한할 필요까지를 이야기한다.

[작은 정부]의 구상에 있어서는 소로우와도 통하지만 기본적으로 밀은 국가가 올바로 작동해야 하고 그것이 인간 행복의 필요조건임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모델로 힘과 위엄, 열정과  에너지의 로마를 내세움은 루소와 더 닮은 모습을 보인다.(계약이 사회를 성립시키지는 않는다고 믿지만...) 그는 국가가 필요한 정도에서만 개인에 간섭하고, 개인 각자의 능력을 펼치도록 놓아둔다면 정부는 그 생명력의 원천을 공급 받고 더 건강한 정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정부주도의, 그리고 집단 단일화의 일본문화, 군사문화를 겪은지 얼마 안되는 사회이다. 성취를 위한 일로매진은 우리에게 성공의 경험을 주었고, 계속 이 방법에 머물렀으면 하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그러나 더욱 소중한 목표, 그리고 장기적으론 지속적 인간행복 확보의 조건인, 자유와 개별성, 다양성과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심지어는 보수적 사고와 복고적 흐름도 사회의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만큼 서로에게 열려야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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