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론 까치글방 120
존 로크 지음, 강정인.문지영 옮김 / 까치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점은 훌륭한 번역이다. 좋은 번역의 첫 느낌은 읽기가  쉽다는거다. 본문은 역자에 의해 소화되고 다시 그의 입을 통해 우리말로 들려진다. 손가락을 짚어가며 옮기는 번역이 아닌 내용에 대한 연장된 생각과 이해, 그리고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먹게 설명하는 능력이 어울어지면 비로소 읽는 사람을 편하고 심지어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혹은 고전의 번역 불모지에 핀 꽃과 같다. 만약 모든 철학, 정치, 고전이 이 책만큼만 우리에게 가깝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크의 시민정부론인 이 책은 그의 왕권신수설, 혹은 부권설에 대한 반박과 정치권력의 자연발생적 의미와 그에 따른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위임되고 구성원의 재산을 보존키 위한 권력은 그 역할을 다할때에만 의미가 있다는 거다. 명예혁명 직후 1689년 출판된 이 책은 사실 그가 네덜란드 망명을 떠나기 전인 1683년 완성된 것으로 본다. 그가 섀프츠베리 백작의 비서로 있으면서 그가 전제군주론 옹호에 대한 반박과 시민정부론의 구상을 이미 완성하였음을 보여준다.

그의 기본적 사상은 인간은 자유롭게 지어졌으며, 근본적으로 인간 각 개인이 신으로부터 받은 이 자유의 권리는 불가침의 것이라는데 그 정치론의 핵심이 있다. 다만  사회계약을 통해 개인의 재산보전과 불안정성의 해소를 위해 국가(commomwealth)에 위탁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를 위한 법률은 개인의 의사표시의 대표기관인 입법부를 통해 제정되며, 행정부는 이 법률을 집행하고 유지할 책임을 갖는다. 집행의 주체가 시민 정부이든, 군주이든 이 집행자가 그 위탁자인 사회 구성원의 의지를 거스르거나, 그것을 침해하려 할 때 인간은 신에게 부여받은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 혹은 왕의 해체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DJ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했다는 이 책은(거부감 없으시길...) 현대정치론의 뿌리를 이루는 많은 개념들을 담고 있다. 현재 세계권력의 핵심인 영미 현대정치의 기본테마인 셈이다. 국민으로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른 나라로의 이민을 떠올리는 30-40대들에게 대학시절 읽으셨더라도 다시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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