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리콘 - 노먼 린지 일러스트판
페트로니우스 지음, 강미경 옮김, 노먼 린지 그림 / 공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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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니우스의 외설문학으로 주목받은 작품. 그 가치는 사실 이미 망실된 줄거리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보다는 이 책을 단편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사용한 채프먼, 드라이든, 오스카 와일드,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 엘리엇의 황무지, 에즈라 파운드, 헨리 밀러의 참고문헌으로서 그 가치가 높다.

 내게 페트로니우스의 생애와 이 작품을 연결 지을 수 있는 단초는 풍자이다. 인간의 자아에 대한 존경과 능력에 대한 기본가치 위에서 볼 때 사티리콘의 풍자는 분명 즐기기 위한 표현이 아니고 비웃음과 고발이다. 사티리콘(풍자)라는 형식 자체가 의미하듯.

수 많은 강탈과 어리석은 욕심의 여행으로부터 다다른 푸테올리, 그 강탈의 동료와의 더러운 욕망을 위한 다툼. 잠시 이어지는 무제한적 연회, 시인 과의 동행이 가져온 불행,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일도 행할 능력을 잃어버린 남자가 아닌 자가 되어버린 사내. 시인을 먹어치워 달라는 요구. 이 모든 풍자는 스스로의 풍요에 매몰되어 자신의 더러운 과거와 부끄러운 행적을 돌아볼 줄 모르는 로마의 나약함과 역겨움이다.

로마는 이 무력과 역겨움에서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파멸로 치달을 것인가? 페트로니우스의 죽음은 이 풍자소설에 대한 마지막 결말이었는지 모른다. 로마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모험은 저급한 욕망을 위한 것 밖에는 남지 않았고, 흥청되는 풍요함 안에 존귀함은 그 어디에도 발 붙일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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