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유년 시절 외에는 다 틀렸어!

두 주일이 지나갔다. 이반 일리이치는 이젠 긴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서 잠들기를 싫어했다. 거의 언제나 벽 쪽으로 머리를 돌려대고 누워 혼자서만, 해결되지 않는 고민에 괴로워하면서 아무리 해도 풀려지지 않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무엇일까? 과연 이게 죽음일까?'

 

내부의 소리가 대답한다.

 

'맞다. 바로 그것이다.'

 

'이 고통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이냐?'

 

내부의 소리가 대답한다.

 

'그 무엇 때문도 아니지.'

 

그 뿐이었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외엔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병이 든 이후 그가 처음으로 의사를 찾아갔던 그때부터 그의 생활은 끊임없이 서로 어긋난 두 개의 마음으로 갈려 싸우고 있었다. 하나는 알 수 없는 무서운 죽음에 대한 예감과 절망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육체 활동에 대한 흥미진진한 관찰과 희망이었다. 이 두 개의 심정은 병이 든 바로 그때부터 서로 엇갈려서 그의 마음을 지배하곤 했다. 그러다 병이 위중해짐에 따라 점점 죽음의 의식만이 나날이 현실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그는 세 달 전의 자신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견주어 보고 지금 자신은 또박또박 산을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모든 희망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요즈음 이반 일리이치는 긴 의자의 등으로 얼굴을 돌리고 누워서 지난 날의 회상만으로 살고 있었다. 그의 눈 앞에 잇달아 갖가지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것들은 으레 가장 가까운 현실에서 시작해 가장 먼 유년시절에 이르러서 멎었다.

 

하인이 먹으라고 놓아둔 마른 살구를 보자 그가 유년 시절에 날로 먹은, 껍질이 쭈글쭈글하게 마른 프랑스 살구를 생각해냈다. 그 유별난 맛과 이빨이 씨에 닿았을 때 입 속 가득 고였던 침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억과 연결된 다른 일련의 회상이 떠올랐다. 유모의 생각, 형제들과 지낸 일, 장난감 등(이런 것들을 회상할 필요는 없다... 너무나 괴롭지 않은가...)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반 일리이치는 그때마다 자신을 타이르고 현실로 돌아왔다. 긴 의자의 등에 달린 단추와 모로코 가죽의 주름(이 모로코 가죽은 비싸기만 하고 튼튼하지 못해... ) 그것 때문에 아내와 다툰 적이 있다. 또 다른 일로 다투기도 했다.

 

어렸을 때 우리가 아버지의 서류 가방을 찢어 벌을 받을 때 어머니가 피로그를 가져다 주신 적이 있었지... 이렇게 해서 또 기억은 유년 시절에 이르고 그는 다시 괴로워져서 그 생각을 집어 치우고 다른 것을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또다시 생각의 흐름은 자신의 병이 어떠한 경로로 심해졌고, 악화되었나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런 회상 역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생기가 넘치고 풍성해졌다. 생활 속에서 옳았던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명 그 자체가 풍성해지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모두 뒤섞여 있었다.

 

'병이 악화될수록 생활도 나빠져간다.' 그는 생각했다. '죽음과 거리의 두 제곱 세 제곱으로 반비례하면서...'

 

이렇게 가속도를 더해가면서 돌멩이처럼 떨어져가는 생명의 모습이 그의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것이었다. 차차 더해가는 고통의 연속인 생명이 쉬지 않고 그 속도를 더해간다. 그러면서 최후의 한 지점, 가장 무서운 고통의 정점으로 달음질친다. 그는 몸서리쳤다. 몸을 뒤척여 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미 그것을 보는 것에도 지쳤으면서도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을 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서 긴 의자의 등을 들여다보면서 기다린다. 그 무서운 낙하를, 충격을, 파괴를 기다리는 것이다.

 

'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그것만이라도 알았으면... 그것조차도 안 된다. 나의 삶이 틀렸다고 하면 설명이 되겠지만... 그러나 이젠 그것도 믿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생활이 합법적이었다는 것, 자신이 지켜온 도리와 예절 등을 생각해내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 이런 것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는 입술 끝에 야릇한 미소를 떠올리면서 마치 누군가 그 미소를 보는 자가 있어 그에게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라도 하듯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아니, 아무 설명도 필요 없다. 고통, 죽음...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17. 증오

이렇게 또 두 주일이 지나갔다. 이 두 주일 동안 이반 일리이치와 그의 아내가 바라던 일이 실현되었다. 페트리시체프가 정식으로 딸에게 결혼을 신청해온 것이다. 그때는 밤이었다. 다음날 아내는 그의 신청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남편에게 갔다.

 

바로 그날 밤 이반 일리이치에게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여전히 긴 의자에 누워 있지만 새로운 상태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반듯하게 누워서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치켜 뜨고 앞 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약 이야기를 하자 그는 시선을 그대로 그녀에게 옮겼다. 그녀는 말하던 것을 멈췄다. 다름 아닌 바로 그녀에 대한 증오가 그 눈 속에 뚜렷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죽게 해 줘." 그는 말했다.

 

그녀는 물러가려고 했다. 그때 딸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려고 옆으로 왔다. 그는 아내를 바라보던 것과 똑 같은 눈으로 딸을 쳐다보았다. 좀 어떠시냐고 딸이 묻는 것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이제 머지 않아 너희들 전부를 나로부터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잠시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니,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는 거에요?" 리자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마치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된 것처럼 말씀하시잖아요! 아빠가 불쌍하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괴롭힐 것 까지는 없잖아요."

 

시간에 맞춰 의사가 집으로 왔다. 이반 일리이치는 노한 눈초리를 의사에게 떼지 않으면서 말했다. "아, 다 그만두시오." 그리고 덧붙였다. "이제 무슨 수를 써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러니 이만 내버려 두시오."

 

"고통을 덜어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나마도 잘 안되지 않소? 그만 두시오."

 

의사는 응접실로 나갔다. 그리고 이반 일리이치의 아내에게 병세가 위험한 고비에 이르렀다는 것, 무서운 고통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선 단 한 가지 아편을 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렸다.

 

의사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정말 끔찍한 고통이 닥친 것이다. 그러나 그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겪은 고통 중 가장 심각한 것이었다.

 

이 정신적인 고통은 그날 밤 게라심의 졸리운 듯한, 호인다운 얼굴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 생각에서부터 우러났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만약 나의 생활이, 그 동안 내가 의식적으로 꾸려온 나의 생활이 전부 틀린 것이었다면 어찌 될 것인가?'

 

이런 생각은 전에는 꿈에도 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그의 생활이 전부 틀린 것이었다면, 어쩌면 그것이 진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사회의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옳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자신도 가끔 그것에 저항해보고 싶었던 그 깊이 숨겨졌던 마음의 흐름들, 머리 속에 떠오를 때마다 그가 일부러 물리쳐 버렸던 그 아주 작은, 깊이 숨겨진 것들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것이고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옳지 않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근무도, 그의 생활 설계도, 가정도, 사교나 업무상의 흥미도 모두 진실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는 이것들을 모두 변명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자신을 변명해 주는 것이 빈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변명해 보았자 소용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는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나에게 주어졌던 모든 것이 쓸데없는 것이고,그런 사실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는 다시 되풀이해서 자신의 전 생애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어서 하인을, 아내와 딸을 그리고 의사를 보자 그들의 일거일동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그가 밤새 결론지었던 그 무서운 진실을 확증해 주었다.

 

그는 그 진실 속에서 자신을 보았고, 그가 여태까지 의지하고 살았던 모든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을 모두 덮어 가려버리는 무서운 기만이었다.

 

이런 생각은 그의 육체적 고통을 10배나 더하게 했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뒤틀고 걸치고 있던 옷을 쥐어 뜯었다. 그것들이 그를 짓눌러 질식하게 만들었다.

 

아편을 다시 대량 주사하자 그는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러나 식사 때가 되자 또 마찬가지 일들이 되풀이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곁에서 물리치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아내가 곁에 와서 말했다.

 

"여보, 제발 저를 위해서라도(저를 위해?) 이렇게 해 주세요. 이건 아무 해도 없고, 어떨 땐 아주 효과적일 때도 있어요. 네, 걱정하실 것 없어요. 건강한 사람들도 늘..."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성찬식? 무엇 때문에? 필요 없어!"

 

그녀가 울기 시작한다. "네? 여보, 내가 가서 신부님 오시라고 하겠어요. 그 분은 정말 인자하신 분이에요."

 

"좋아, 좋아..." 그는 되풀이했다.

 

신부가 와서 그를 참회시키고 나자 그는 기분이 가벼워졌다. 어쩐지 의혹도 줄어들고 괴로움도 좀 가신 것처럼 느껴져 그는 한 순간 희망을 되찾는 듯했다. 그는 또다시 회복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성찬을 받았다.

 

성찬을 받고 자리에 누웠을 때 그는 잠시 기분이 편안해져서 다시 살아날 희망에 사로잡혔다. 그는 얼마 전에 의사가 권유했던 수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살고 싶다. 더 살고 싶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아내가 축하하러 왔다. 그녀는 판에 박힌 말을 늘어놓은 다음 말했다.

 

"그거 보세요. 제가 말한 것처럼 좀 나아졌죠?"

 

그는 그녀 쪽을 보지 않으며 대답했다. "음."

 

그녀가 입고 있는 옷, 그 체격, 얼굴 표정, 목소리... 이 모든 것은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 틀린 것이다. 네가 과거에 살아왔고, 현재 살고 있는 모든 것은 허위일 뿐이다. 너에게서 삶과 죽음을 가리우고 있던 기만인 것이다.

 

그러자 증오하는 마음, 그것과 더불어 무서운 육체적인 고통, 그 고통과 더불어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절망의 의식이 고개를 쳐들었다. 새로운 변화가 왔다. 가슴을 조이는 듯 쿡쿡 쑤시며 호흡을 압박하는 것이다.

 

"음..." 기를 쓰며 안간힘을 다하는 그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 말라빠진 몸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할 빠른 속도로 몸을 뒤집어 아내를 외면하면서 그는 소리쳤다.

 

"나가 줘! 나가! 제발 나를 상관하지 말아 줘...!"

 

18. 비명 그러나 안식

그 순간부터 사흘 동안 쉬지 않고, 공포 없이는 들을 수 없었던 그 무서운 고함소리가 시작되었다. 그가 아내에게 대답했던 그 순간 이미 그는 모든 것이 글렀다는 것을, 되찾을 수 없는 최후가 온 것임을, 정말 최후가 왔으나 여전히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으아아! 으악! 아아...!"

 

그는 가지각색 다른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에는 "싫다아!"하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그대로 길게 뽑아 내리 고함을 질러댔던 것이다.

 

그 사흘 동안 그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당해낼 수 없는 힘에 밀려 들어간 그 검은 자루 속에서 허우적거린 것이다. 그는 사형수가 살아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몸부림치듯이 버둥거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서 달아나도 자신은 무섭게 그것이 있는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괴로움이 이 검은 구멍 속에 빨려 들어가는 데서 나온다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이상으로 자신은 결코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에 있음을 의식했다. 그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직도 그의 생애가 훌륭한 것이었다는 그 의식이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그를 괴롭혔다.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그의 가슴과 옆구리를 꿰뚫으면서 한층 더 강하게 그의 호흡을 압박했다. 그는 구멍 속에 빠져 들어갔다. 그러자 그 구멍이 흩어지면서 무엇인가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자신에게 되물어본 다음 조용해졌다.

 

그것은 이틀째 되던 날의 마지막 시간, 그가 임종하기 두 시간 전이었다. 그때 어린 중학생이 가만히 아버지 방에 들어와서 아버지의 곁으로 걸어왔다.

 

죽어가는 이는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두 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한 손이 중학생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중학생은 그 손을 붙잡아 입술에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 순간 이반 일리이치는 구멍 속에 빠져 들어가 빛을 본 것이다. 누군가 자기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눈을 뜨고 힐끔 아들을 보았다. 그러자 아들이 가엾어졌다. 아내도 옆에 와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잠깐 눈을 돌렸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코와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 그는 그녀도 불쌍해졌다.

 

'그렇지? 나는 저들까지 괴롭히고 있다. 내가 죽으면 저들은 슬퍼하리라. 하지만 결국은 그러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럴 기운이 없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내가 이 말을 해야 되는가. 그저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되지 않나...'

 

그는 아내에게 눈으로 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려가오... 불쌍한 자식... 당신도 그렇고..."

 

그는 덧붙여 '프로스치(용서해라)'라고 말하려 했으나 "프로프스치(들여 보내라)"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는 이미 그 말을 다시 할 기력도 없어 필요한 사람은 알아 들으리라 생각하면서 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여태까지 그를 괴롭히면서 떠나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모두 물러나려고 하는 것을 그는 갑자기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남는 그들이 불쌍했다. 그들이 슬퍼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 이 괴로움으로부터 그들을 구해내고 나 자신도 벗어나야 한다.

 

'아, 얼마나 상쾌한 기분이냐! 얼마나 간단한 것이냐!'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고통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고통은? 응,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렇지. 이제 그만이다. 뭐, 아플 테면 아파 봐라. 거리낄 것이라곤 없다.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 있는 거냐?'

 

그는 이제 친숙해진 죽음의 공포를 찾아 보았으나 눈에 뜨이지 않았다. 죽음은 어디 있지? 죽음이란 뭐냐? 아무 공포도 없었다. 죽음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거기에 빛이 있었다.

 

"아아! 이것이었구나!"

 

갑자기 그는 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 얼마나 기쁘냐!"

 

그에게 이런 것들은 모두 한 순간에 일어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그의 임종의 괴로움은 두 시간이나 더 계속되었다. 그의 가슴 속에선 무언가 걸렁걸렁 소리가 울려나왔고, 수척해진 몸은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드디어 헐떡임과 벌렁거리는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임종하셨습니다." 누군가 그를 굽어보며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그것을 가슴 속에서 되새겼다.

 

'죽음은 마지막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 죽음은 없는 것이다.'

 

그는 공기를 들여 마시려고 했으나 깊은 호흡은 중간에서 끊어지고, 몸을 한 번 쭉 뻗자 그대로 죽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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