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자연·신 (에티카 제 1부를 중심으로)     박 상 욱(서양철학 석사과정)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기하학적 방법론을 따르면서 서술되어 있다. <에티카>는 5가지 주제로 나뉘어지는데, 각 장은 공리(公理)와 정의(定義)로 시작되고, 그 다음에 나오는 명제들은 공리와 정의, 그리고 앞선 명제들에 의거하고 증명된다. 이런 독특한 방식을 통하여 스피노자는 보다 명확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우리에게 보여줄려고 의도하였다.


 에티가의 제 1 부는 "신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스피노자가 말하고 있는 신의 정의는 전통적인 신의 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스피노자 말하고 있는 신은 자연, 실체1)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스피노자의 실체의 정의는, 그것이 존재하기 위하여 다른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데카르트의 실체 정의(독립적인 존재의 개념)를 따르고 있지만, 그 의미는 데카르트와 전혀 다르다. 데카르트는 실체를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정신을 사유하는 실체로, 물질을 연장된 실체로 구별하였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물체와 인간의 정신은 피창조자요, 따라서 서로 관계하기 때문에 물체와 인간의 정신은 실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2) 물체와 인간의 정신은 존재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들의 생성과 관계맺음은 여러 가지 조건의 제약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실체가 아니라 양태3)인 것이다. 즉 그것들은 실체의 양태이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만의 실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스피노자는 생각하였다. 동일한 속성을 가진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실체는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같은 속성을 가진 두 개의 사물은 서로 상대편에게 제약을 가하기 때문이다. 실체는 의존적이지도 않고 다른 실체에게 제약 또한 가할 수 없다.
 

실체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이외이 것으로부터 생길 수 없는 까닭에, 실체는 오직 하나밖에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그 자체 이외의 어떠한 것에 의해서도 제한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실체는 반드시 무한한 종류의 속성4)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속성의 하나 하나는 실체의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나타내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저 유일한 실체이거나 또는 그 유일한 실체의 양태이다. 신 이외의 다른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실체가 존재한다면 그 실체는 어던 속성을 가질 것인데, 이것들은 신의 속성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은 절대로 성립될 수 없다.5)
 

정리 11에서 스피노자는 신 혹은 무한한 속성을 가진 실체가 존재하며 더구나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리는 앞의 정리(정리7)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스피노자의 신 존재 증명은 (1) 신을 생각하는 것은 실체를 생각하는 것이다. (2) 존재는 실체의 본질에 속한다. 그러므로 (3)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자기 모순을 포함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6)
 

스피노자는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실체에 관한 관념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였고, 즉 그는 실체의 본질은 그 존재를 필연적으로 포함한다고 보았다. 자연은 어떤 의미로는 항상 일정 불변하며, 또 다른 의미로는 끊임없이 변동한다. 스피노자는 이 두가지 의미의 뜻을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과 "소산적 자연(natura naturata)"이라고 정의하였다. 첫째로 능산적 자연은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자연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모든 사물을 생기게 하는 그러나 일정하고 한결같으며 항구적인 것이다. 능산적 작용은 항상 영원 불변하는 원칙을 따라서 발동한다. 그러나 소산적 자연은 피동적이고 일정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자연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잠시 생겼다고 없어지는 사물의 상태이다. 능산적 자연에는 절대로 변화가 없고 소산적 자연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있다.
 

<에티카> 제 1부에 나타난 서른 여섯 개의 명제는 왜 스피노자가 자연과 실체와 신의 세 술어를 같은 뜻으로 쓰게 되었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1)  실체(實體; substance)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 자체를 통하여 이해되는 것, 다시 말하면 그것의 개념이 그것의 근거가 되는 다른 어떤 존재의 개념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2)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실체에 대해서 실체란 독립적인 것으로 서로 관계할 수 없으며 실체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실체를 유한실체와 무한실체 두 가지로 나누었고 두 실체가 서로 관계맺고 있다고 함으로써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생각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였다. 
3)  양태(樣態; mode)란 실체의 변용, 다시 말하면 다른 무엇에 의존해 있으며, 그 다른 무엇을 통해서 이해되는 것을 말한다.
4)  속성(屬性; attribute)이란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지성이 지각하는 것이다.
5)  스피노자는 제 1 부 정리.14에서 " 신 이외에 어떠한 실체도 인정되거나 생가될 수 없으며" 따라서 정리.15에서 "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신 안에 있다"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6) 「근대철학사」R.사하트 정영기, 최학봉(易) 出:서광사 111p 22-29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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