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ine의 역사인식

1. Augustine 사관의 제문제

기독교 사관은 Augustine 에 의해서 체계화되었고 그의 저서인 {신국론}에 대한 중세적 이해는 교황청과 중세의 종교, 정치, 사회면에 대해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Augustine 의 역사관과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는 {신국론}에 대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선은 {신국론}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혹자는 그것을 사회관과 정치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이는 기독교에 대한 '교리적 역사서설'이라 규정하였고 기독교에 대한 변호가 Augustine 의 주된 관심사라고 말한 이도 있다. 그러나, {신국론}의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역사가 무엇인가를 결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논쟁거리는 Augustine 을 역사철학의 아버지라 볼 수 있는가하는 문제였는데 이에 반대한 이들은 Augustine 이 역사를 계시의 영역으로 보고 계시의 관점에서 역사를 종합하였으므로 이것은 철학이 아니라 역사신학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그를 역사철학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가 역사의 통일성을 제시하고 고대 그리이스적 시간관과 운명관을 극복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인간에게 현세를 넘어선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역사에도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역사철학이 역사적 사실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경향성에 빠질 수 있는 결함을 가지고 있으나 사변적 역사와 비판적 역사가 적대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Augustine 은 남다른 비젼을 제시한 역사철학자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2. 역사가로서의 Augustine

성바오로의 역사인식이 Augustine 에 이르러 체계화되었으나 Augustine 은 전통적인 의미가 역사가가 아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역사'란 용어를 탐구적 의미, 또는 예언적 의미 그리고, 성서적 역사의 의미 등으로 모호하게 사용하고 있다. Augustine 은 역사적 사실의 인용을 로마 역사가들에게 의존하면서 자료 사용에 정확성을 기하지 못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착오는 그의 교육적 배경과 역사에 대한 태도의 변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2세기 이후 로마제국 말기에 있어서 교과과정은 문학과 수사학이 중심이 되었는데 문법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역사적 지식을 공여하게 되었다. 역사책은 수사학자들이 주로 가르쳤으며 문체의 장단점에 대한 토의가 자주 이루어졌고 Augustine 자신도 역사는 수사학자가 담당하는 분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역사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당시 웅변가들은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내용의 과장이나 거짓말을 크게 문제시 하지 않았다. 또, 시와 역사의 구별이 불분명하여 사료의 비판이나 사실의 정확성이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그래서, Augustine 은 진정한 역사를 성서의 역사로 보았고 진실의 기준은 그것이 성경과 합치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평가하였다. 그 결과 이교도들의 역사는 성서역사의 보조적인 기능만을 담당하게 되었고 Augustine 에게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서 역사적 서술과 역사적 사실들을 분리시키는 결과들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란 신의 섭리와 계획의 전개이며 그 과정이란 그 의지의 구현에 불과하다는 구속사적 의미를 짙게 내포하게 되었다. 그래서, 로마사가들에게서 나타났던 애국적 표현이나 수사적 표현의 중요성은 퇴색하고 성경의 6시대 구분법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고 모든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시각에서 보는 통일성을 역사 서술의 근간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이같은 배경의 변화속에서 Augustine 의 역사인식은 성경에 대한 충실한 태도, 목적을 향해 역사가 지속된다는 확신, 신의 행위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의 세 가지 기본점위에 기초하게 되었다.
그는 인식의 방법을 이성에 의한 인식으로서 지혜를 그리고, 감각을 통한 인식으로서 지식을 들었는데 보다 진정한 인식을 위해서는 감각적 지각을 넘어서 근원적이고 확실한 인식 즉, 이성적 인식에 도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마음에 인식되는 큰 진리를 '진리자체'라고 부르고 이 진리자체는 근원적인 진리 즉, 신을 의미하고 출처는 성서, 교사는 그리스도의 말씀이라고 하였다. 이같은 인식론에서 볼 때 Augustine 의 저술은 성경을 역사적으로 서술한데 불과하며 그는 믿음에 근거하여 역사적 사실을 선별 수용하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다시 말해 그는 역사를 그 자체의 존재기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이해의 보조적 수단으로 취급하였다는 것이다.
G.Keys 는 Augustine 이 믿음과 지식을 혼돈시키고 역사적 전개에 대한 구도를 곡해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Augustine 에 있어서 역사는 계시의 역사였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경험은 역사 속에 포함되는 것이었고 성경의 내용을 전혀 착오없는 진리로 받아들였던 그에게 있어서 지식이 믿음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었을 것이다. Augustine 자신도 역사를 하나의 신앙의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그의 역사적 믿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적 전개는 목적론적이라는 믿음이었다. 이같은 목적론적 입장에서 볼 때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R.Collingwood 의 말처럼 역사의 전반적인 계획은 신의 것이며 인간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의 본질을 종교적 요소에서 구하게 되고 인간들의 행동을 소홀하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3. Augustine 사관의 구성요소

Augustine 사관의 구성요소는 크게 1) 천지창조와 종말의 문제, 2) 원죄와 악의 문제, 3) 자유의지와 예정론, 4) 시간관으로 살펴볼 수 있다. 창조와 종말의 원리는 고대 그리이스적 반복의 운명관을 극복하고 진보사관과 목적론적 사관의 이론화를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는 히브리인들의 창조사상과 계약관념, 최후의 심판이라는 사상과 관련있으며 구약의 종말관은 메시아적 소망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Augustine 은 창조설과 관련하여 악의 창조와 구약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는데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영향과 Ambrose 의 새로운 성경해석의 도입으로 창조설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확립하였다. Augustine 은 모든 본질은 초월적인 본질인 신으로부터 말미암는다고 하고 창조물은 무(無)가 되고자 하는 경향을 띠고 있어 절대존재로부터 떨어져 나가 선(善)의 부족 상태에 이르러 악(惡)이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두 도시' 개념과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을 통해 선악관(善惡觀)을 역사속에 이원구조화 시켰다고 할 수 있다. 또, 악(惡)을 자연적 재해와 인간의지가 크게 개입되는 도덕적 악(惡)으로 구분하였는데 그는 역사에서 인간의지의 역할을 중시하여 인류의 역사는 선악 선택의 끊임없는 연속이며 종말을 지향해 가는 역사적인 과정으로서 대립되는 선악의 전개로 파악하였다. 그는 선과 악 즉, 행위의 두 가능성과 원죄를 인정함으로써 역사를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초적 터전을 마련하였다. 원죄에 대한 확신을 가진 그는 지상에서의 인간 생활에 대해 비관적이었고 모든 지상의 불행은 원죄로부터 비롯되며 그것은 인간 의지가 잘못 사용된 결과라고 보았다. 신에 의해 미리 계획되고 주관되는 역사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주의자나 결정론자의 편에 서지 않고 역사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은총과의 관계를 수립해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Augustine 은 과거의 경험과 의지와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정립하고 있는데 인간의 과거 경험을 현재적 결단과 연결시킴으로써 개인의 과거를 역사속에 포함시켰다. 즉, 그에 따르면 자유의지란 경험의 반영이기도 한 것이다.
H..Scholz 는 Augustine 의 예정론이 모든 것의 예지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와 발전이란 있을 수 없고 역사란 말이 성립될 수 없다고 공박했고 C.Keys 도 또한  Augustine 의 논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Augustine 자신도 자유의지에 대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생각을 변화시켜갔다. 초기에는 인간의 자유의지적 반응을 상당히 허용하고 있는 듯 하지만 후에는 신이 인간의 의지를 바꿀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Augustine 과 자유의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J.Figger 의 입장이 올바른 이해의 기준을 제시하는 듯 한데 그는 '신의 세계는 그 목적을 향하여 움직여 나갈 것이지만 그것은 시간, 공간 속의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인간과 사회를 통해서 움직인다.' 고 하였다.
자유의지와 더불어 Augustine 의 역사사상에 골격을 이루고 있는 시간론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는 시간을 인간의 내면적인 요소 즉, 영혼 또는 기억에서 찾았다. 시간이란 현존하는 순간 항상 현존하는 기억 인상을 재는 것이지 사물의 변화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는 인간들의 경험이 성장함과 동시에 커가고 축적됨으로써 그 진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험의 역사투입론을 자유의지 행위에 연관시켜 볼 때 논리적 일관성을 갖는다. Augustine 이 신의 영원한 계획을 창조관에 포함시켰으며 그가 예정론의 효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 날 저술가들 중의 일부는 Augustine 사관에는 진보적인 성격이 결여되었다고 보고 있으나 그의 종말관이 시간을 매개로 하는 현재적 과정을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목적을 향해 인류와 국가와 개인의 역사가 통일성 있게 연결되어 나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의 사관은 전체적으로는 진보적 구도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4. Augustine 의 역사인식과 기억론

Augustine 의 역사 인식을 논할 때 제일 먼저 이해해야할 요소는 그의 '기억론'이다. 그는 인간이 가진 기능 중에서 가장 경이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기억이라고 보고 사물에 대한 인식도 기억의 매체를 통해 가능하며 神을 인식할 수 있는 것도 기억을 더듬어 찾아 가는데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사람의 '사유'는 기억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며 또, 그것이 인간의 행위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하고 기억이 없으면 사유가 있을 수 없으며 사유가 없는 행위란 상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았다.
사실, 의지의 선택도 사유 없이는 불가능하며 의지의 선택이 없는 정상적인 행위 또한 존재하기 힘든 것이라 하겠다. 기억의 문제를 역사 인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의지'와 '시간'과의 관계에서 생각할 때 그것이 역사 인식과 역사 행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더욱 부각된다. 객관적인 역사로서는 엄연히 일어난 사건들은 기록의 유무에 관계 없이 일어난 사실임에는 틀림없으나 실체에 있어 그것이 기억되거나 기록되지 않으면 그 역사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Augustine 은 일찍이 역사의 주관성을 예언했다 하겠다. '기억'된 과거는 또한 단순히 기억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 선택,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인간의 과거 역사란 현재적 행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고 다른 의미에서 현재의 행위와 의지는 과거기억의 축적 결과라 하겠다. 이 점에서 어거스틴은 매우 현대적 감각의 역사 인식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억과 시간의 문제도 밀접히 관계되어 있다. 시간이란 단순한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그것들은 기억속에서만 존재한다. 지나가버린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사이에서 존재하는 시간은 오직 현재뿐인데도 우리가 과거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며 미래가 올 것을 예언하는 것도 우리의 의식이 그렇게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기억이 없는 시간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모든 역사는 현재적 관점에서 조명 할 수 밖에 없는 역사의 현재성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기억속에 없는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억속에 없는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의지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Augustine 에게 기억을 배제한 역사인식은 있을 수 없으며 기억은 곧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기억은 현재적이며 그래서, 현재적 관점에서만 역사의 조명은 가능하다. 이 점에서 Croce 가 역사를 '현재적 역사'라고 한것이나, Carr가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던 것은 Augustine 에 그 연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참 고 자 료 >
이석우, [Augustine 의 역사인식 소고],   {총신대논문집 2},       1982.
______, [어거스틴의 고백록에 관한 고찰],        {경희사학, 15], 1988
H.E.반스, 허승일,안희돈 역,     {서양사학사},   1994,   한울아카데미.

출처http://rose0.knu.ac.kr/~z971554/archiv/hisgene/histgra/august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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