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끼호떼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6
미겔 데 세르반떼스 지음, 김현창 옮김 / 범우사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팍스 에스파냐의 정점은 1556년에서 1598년에 이르는 펠리페2세의 통치시기였다.그는 레콩키스타의 주인공인 페르난도2세와 이사벨라의 손자이며 신성로마제국 카를5세의 아들이었다.수도는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옮겨졌고, 이베리아반도와 남부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서인도, 멕시코,페루, 필리핀을 아우르는 유럽 최강국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무적함대 La Armada Invencible 의 진면모는 1571년 레판토 해전의 승리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적함대가 1588년 영국 함대에 패한 후 이런 에스파냐의 영광은 사그러 들기 시작했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는 16세기말에서 17세기초, 에스파냐에서의 기사도 이야기의 유행은 이런 안타까움과 과거에 대한 회상과 맞물려있다. 세르반테스는 이런 비현실적인 과거로의 도피를 비웃는다. 또한 그는 그 형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기사소설의 historia 범주를 깨뜨리고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규범을 좇아 현실모방의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재현하여(novela) 기존의 기사이야기를 뛰어넘고자 했다.

현실은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화려하지도 장엄하지도 않다. 그러나 누구나 아름다운 현실, 조화로운 관계, 성공적 인생을 꿈꾼다. 기사도 이야기는 오랫동안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사람들의 이런 갈망을 만족시키는 생필품이다. 영웅담과 모험, 로맨스와 사랑의 완성, 고난과 복수, 마법과 승리의 세계는 현실이 각박하고 억압적이며,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유일한 도피처이고 숨쉴 수 있는 곳이다. 환타지나   만화, 무협지와 하이틴 로맨스 혹은 정연한 논리가 먹히는 추리소설의 세계가 지금도 우리의 각박한 현실과의 예리한 접촉을 견딜만 하게 해 주고 있듯이....하지만 소설 [돈 끼호떼]는 이런 기사도 이야기를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 현실 어려움의 도피로서의 기사이야기 대신, 가상현실을 통해 도리어 현실의 작태를 비웃기 시작한 것이 바로 세르반떼스의 소설이다. 

돈 끼호떼 데 라 만차는 가상현실, 기사도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현실은 그가 원한 모양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사방은 명쾌한 질서의 선과 악으로 갈려진다. 모든 기분 나쁘게 생긴 놈들은 마법사와 악인이다. 달려들어 창으로 찌르고 물리칠 대상...모든 여자는 공주 또는 그 시녀. 쇠사슬 찬 자들은 모두 억울하게 핍박받는 이들이다. 그는 그들을 위해선 목숨을 던진다. 그의 가상세계가 이 모든 일을 이유있고 옳은 것으로 만든다. 전염성 강한 이 가상현실은 현실적 이익에 눈이 먼 산초 빤사조차 멀쩡한 정신임에도 이 놀음에 미쳐 같이 돌아가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돈 끼호떼는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짐승처럼 우리에 갇혀 마을로 돌아온다. 가상세계를 사는 사람이 맞닦뜨리는 현실이다. 에스파냐는 몰락했고 그래도 정신차리고 또 삶살이를 살아야한다. 약소국의 국민이라고해도, 내일은 내일다운 현실의 삶이 있으니까 

우리나라는 과연 월드컵 4강에 빛나는 조국인가? 통일의 위대한 앞날을 앞에 둔 평화적 세계의 선도국인가? 혹 우리는 어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꿈에서 깰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기에 너무 늦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혹은 내가 너무 돈끼호떼를 나쁘게만 보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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