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적용 : 치료기법과 절차

   앞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실존적 접근법은 다른 접근법과 달라서 잘 정련된 기법을 갖지 않고 있다. 이 접근법은 부겐탈(Bugental, 1978, 1981)이 지적한 것처럼 정신분석의 개념과 기법을 몸에 걸친 포괄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지적이고 행동적인 접근법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통합시킨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사용하는 기법들은 내담자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라는 개인적 장에 수반하는 책임을 수용하도록 돕는 도구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장의 앞부분에서 기술한 실존적 접근법의 여섯 가지 명제의 치료적 의미를 기술하고자 한다.

 

 1) 자기인식의 능력 : 상담에 주는 의미
  인식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개념화 될 수 있다. 양쪽에 많은 문이 있는 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이 그 문을 활짝 열거나 조금 열거나 또는 갇힌 채로 둘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만약 그 중 한 문을 열었을 때 당신이 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이 두렵고 추한 것으로 가득 찼기 때문에, 그러나 반대로 당신은 어쩌면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찬 방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은 방문을 닫은 채로 둘 것인지 아니면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볼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인식을 제한하거나 또는 확대시키거나 하는 데 있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거의 모든 상담상황에서 대립되는 욕구 사이의 투쟁을 보았다. 자기인식의 개념은 인간능력의 기본이므로 자기인식을 넓히려는 결심은 인간성장에서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개인이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에서 경험하는 자기 인식의 시초가 되는 목록들이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사랑받으려고만 노력하므로 실제로는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경험할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할 때 느끼는 불안감을 의존성이 주는 안전감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자신 속의 비일관성을 부인하려고 시도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감이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정의에 매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여러 면에서 자신이 과거의 경험과 결정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숱한 단면들을 발견하고 존재의 한 면을 억제 할 때 다른 면도 억제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만약 비참함을 억압한다면 기쁨도 닫혀 버린다. 만약 그들이 증오를 부정한다면 역시 사랑하는 능력도 부정된다. 만약 그들이 악귀를 쫓아낸다면 천사도 쫓겨난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가 과거처럼 운명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고 과거를 바르게 이해하기 때문에 미래를 재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음과 무에 대해 너무 몰두하기 때문에 삶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함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가치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이기 위해 완전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에 몰두하거나 미래를 계획함에 있어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함으로 인해 현재의 삶이 실패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된 의미에서 다른 대안들에 대한 자각, 동기의 자각, 인격형성의 요인들에 대한 자각, 개인의 목표에 대한 자각을 포함하는 자기자각의 증진이 상담의 목표이다. 그러나 나는 치료자의 임무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또 그들에게 자기자각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러주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만족하여 의식의 앙양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치료를 받으러 오거나 집단상담을 원한다면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나는 또한 상담자의 임무는 자각을 증진시키려면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내담자에게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자각이 늘수록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무지는 부분적인 죽음의 느낌과 더불어 만족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자신의 문을 엶에 따라 그는 완성에 대한 가능성뿐만 아니라 더 많은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2) 자유와 책임 : 상담에 주는 의미
  책임성을 작가정신(자신의 삶을 고안하는 사람)에 연결시키는 실존적 접근법이 상담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실존치료자들은 늘 내담자는 자신의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들은 내담자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그의 문제를 유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책임성을 인식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그는 개인적인 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갖지 못하게 된다(May & Yalom,1984).


  실존치료자는 각 개인이 소유한 자유와 책임을 인지시키는 데에 상담과 심리치료의 근거를 둔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어떻게 자유를 회피하는가를 발견하여 그것을 사용하는 모험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담자는 무능력해지고 신경증적으로 치료자에게 매달리게 된다. 치료자는 내담자가 선택을 회피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스스로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수용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


  상담자나 치료자에게 오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힘을 상실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러 온다. 그들은 치료자가 그들에게 지시하고, 마술적인 치료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치료자의 두 가지 임무는 내담자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 어떻게 실패했는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선택을 의뢰했는지를 자각하게 하여 자립성을 향해 한 단계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담자가 현재의 제한된 실존방식보다 충일한 실존방식을 탐색하도록 하게 하기 위해 피셔(1983)는 치료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고 당신이 그들이라면 당신은 지금의 관계에서 현재 가진 개념들을 기꺼이 사용할 수 있는가? 당신은 다른 사람과 관계하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경험하는 일에 당신의 자유를 기꺼이 사용할 것인가? " 

 

3) 정체감의 추구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 : 상담에 주는 의미
  치료를 원하는 사람 중에는 자주 자기상실감으로 고통을 받거나 그들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내부지향적인 감각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대로 살거나 다른 사람이 고안한 삶을 살아 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승인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중에 그들은 가끔 자신이 인정도 못받고 자시수용감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스타카스(Moustakas, 1975)는 자기로부터 소외의 조건을 기술하였다. 그는 소외를 "자신의 내적 경험에 기초되는 삶보다 다른 사람에 의해 윤곽이 그려지고 결정되는 삶이 발달하는 것"이라고 기술하였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따라 정체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이방인이 되어간다. 이것은 때로는 "비자발적 실존"(inauhtentic existence)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팔아 버리는"(selling out)삶으로 구성된다. 비자발적 실존은 생의 업적에 대해 박수갈채를 받기 위한 지위추구 게임이다. 많은 내담자들을 이한 중요한 교훈은 그들이 이런 칭찬을 받기 위해 너무도 엄청난 대가를 치뤄왔다는 것이다. 즉 자신과의 접촉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고 만족스런 관계를 발전시키는 의미있는 삶의 기초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고독을 인식하는 것 - 죽음이나 자유를 인식하는 것처럼 - 은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 모험의 두려움 때문에 자유와 책임을 수용하는 데 망설이는 것처럼 우리들은 자신의 고독과 소외를 수용하는 것을 회피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인간경험(고독)의 반이 제거된다면 다른 반의 경험(친근감)도 제거될 것이다.


  치료적 여행의 일부는 내담자가 잃었던 정체감을 다시 시험해 보게 하는 것으로 특히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고안하도록 맡겨 두는 것이다. 내담자는 자신의 자유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거나 치료관계에서 그들의 자유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될 때 두려워질 것이다. 쉬운 결정이나 대답을 거절함으로써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답을 혼자 찾아야 하다는 현실에서 직면하게 한다.

 

4) 의미의 추구 : 상담에 주는 의미
  실존치료자는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환자나 정신장애자라기보다 제한된 실존이라는 용어로 생각하려고 한다. 제한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단지 제한된 자기자각만 갖는다. 그들은 자신의 잠재력의 대부분을 폐쇄하고, 인생은 지루하고 무의미하며 만약 이것이 삶의 전부라면 산다는 게 무얼까 하고 의심한다. 삶의 무의미성은 공허감과 텅빈 느낌, 또는 프랭클이 말한 실존적 공허로 이끈다. 때때로 자신의 삶이 공허의 늪에 빠져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목표를 갖고 삶을 창조하는 투쟁에서 물러난다. 이것이 상담에서 도전되어야 할 영역이다. 


  관련되는 개념으로 실존치료자들이 실존적 죄의식이라고 부는 것이다. 이것은 불완전하다는 느낌이나 자신이 마땅히 했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생기는 조건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무시한다면 그는 실존적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죄의식은 "신경증적"인 것도 아니고 치료되어야 할 증상도 아니다. 그 대신에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학습해 가는가를 알기 위해 이것을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삶의 의미와 방향에 도전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5) 삶의 조건으로서의 불안 : 상담에 주는 의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 때문에 전문적인 조력을 구한다. 많은 내담자들은 그들의 고통을 제거해 주거나 적어도 그들의 불안을 줄이는 어떤 처방이라도 내려주기를 기대하면서 상담소에 찾아온다. 그러나 실존적 상담자는 단지 증상을 제거하거나 불안 그 자체를 감소시키는 데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내담자로 하여금 불안이 단계적으로 증진되는 것을 경험하도록 작업을 한다. 이때 제기 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즉 내담자는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불안이 성장의 기능인가? 아니면 신경증적 행동에 고착하려는 기능인가? 불안은 내담자의 안녕을 위협하는 것인가? 내담자는 미지의 것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려는 용기를 보이는가? 등.


  불안은 개인이나 집단상담의 치료기간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좋은 소재이다. 만약 내담자가 아무런 불안도 경험하지 않는다면 변화하려는 동기도 저하될 것이다. 불안은 새로운 행동을 실험해 보려는 위험을 참고 견디게 해 주는 에너지로 변형 될 수 있다. 이라하여 실존적 치료자는 삶의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어떻게 수용하며, 도와 주는 사람이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배우는 것이 종속된 삶에서 자율적인 삶으로 되는 여정에 필요하다는 것을 내담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다. 치료자와 내담자가 무능한 행동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양식을 건설하는 것은 당분간은 불안스럽겠지만 불안은 곧 사라질 것이다. 내담자가 자신가을 갖게 됨에 따라 파멸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으로 인한 불안은 차차 감소된다. 

 

6) 죽음과 무에 대한 인식 : 상담에 주는 의미
  나는 죽음과 삶은 대칭적인 위치에 있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의 어떤 것을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만약 우리 존재에 새로운 어떤 영역이 나타나려면 우리의 어떤 부분은 죽어야 한다. 과거의 신경증적인 면에서 집착하면서 동시에 좀 더 창의적인 면이 발달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는 어떤 그룹에 내가 유용하다고 생각한 집단기법을 사용했는데 그 기법은 그 집단 구성원들에게 10년 후의 자신을 상상하도록 한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자신이 결심한 것을 완수하지 못했으며, 변화하고자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을 변화시킬 시회를 놓쳤다고 상상하여 말하게 하였다. 그리고 두려워하는 자신의 어떤 부분에 직면하지 않았고 미해결의 무제를 그대로 남겼으며,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상상하여 말하게 했다. 그리고 모험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자기 그대로 남기를 선택했다고 상상하게 하였다. 그런 다음 나는 그들이 마치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고 자신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였다. 이 훈련은 내담자가 자기의 시간을 진지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며, 보다 완전한 삶을 향해 마법의 힘으로 다시 살아난 실존을 수용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