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역사
자크 엘루 지음, 박광덕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챠니티 투데이 20세기의 책들 시리즈(7)

엘룰을 처음 접한 건 [하나님의 정치, 사람의 정치]를 통해서 였다. 독특한 성경읽기와, 성경과 무관하다고 여기던 현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기준을 맞닦드리게 하는 그의 글은 충격적이면서도 속 시원히 이해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그후 몇권의 책을 더 읽고도 이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술의 역사]를 읽고야 이제껏 그의 책의 전제가 되어왔던 엘룰의 현대사회에 대한 이해와, 그가 대안으로 생각한 성경적 계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1954년 처음 프랑스어로 나왔던 이 책은 엘룰의 세계관에 공감한,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에 의해 영미권에 소개되어 1964년 영어로 번역되었다.

엘룰은 이 책에서 기술을 [인간활동의 모든분야에 합리성으로 도달하는 절대적 효율성의 방법들]로 정의한다. 이런 정의는 기계나 과학의 정의를 압도하는 것으로,  사실 현대 삶의 근저의 모든 방법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산업혁명이전의 기술과의 차이는 현대기술이 합리성과 인위성, 효율성을 특징으로 자기목적적인 자동성을 갖고 확장되어 간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고, 저항을 무기력화 시키는 인간조정기술의 등장으로 더욱 無敵이 되었다.  경제기술과 정치기술, 그리고 인간기술은 합목적적으로 기술사회의 성장을 지향하고 한번 이에 길들여지고 대중화로 개인을 상실한 인간은 이에 대한 저항의 조직화나 변화를 이룰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기존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 이처럼 광범위하고 깊게 뒤집어엎는 가치의 전복은 드물다. 현실세계의 매트릭스다. 이 책을 보고 다른 여러 책 읽기도, 다른이들에게 사랑이 아닌 기술적 접근으로 인간관계를 꾀하는 것도 꺼려지게 된다. 기술에 젖어살고 새로운 기술을 찾고자 책을 읽고, 문제에 봉착하면 기술적 해결책에 매달리고..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 배후를 보여주는 이 책은 그래서 위험스럽기까지하다.

과연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세가지가 있단다. 전면적 핵전쟁으로 뿌리부터 기술이 붕괴되든(미래소년 코난과  매드맥스의 세계...)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새하늘과 새땅이 도래하든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 기술발달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물론 가장 불가능한 것은 세번째라고 한다. 결국기술사회에 봉사하고  사는 방법 이외의 삶의 선택은 없단말인가? 그 해답이 알고 보니 엘룰의 그 전후 저술한 책들이었다. 다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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