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와 군주론 - 대학고전총서 12
김영국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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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군주론 번역본의 미덕은 책의 1부를 이루는 [마키아벨리의 생애와 저작]이다. 2부인 [군주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중요인물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저작까지 소개하여 마키아벨리를 이해한 상태에서 군주론을 읽는 기회를 준다. 타출판사에서 덕이라 번역한 바 있는 virtu도 이 책의 역량이라는 번역이 고어적 의미로 또한 문맥적 의미로 더 적합하다. 다만 꼭 필요치 않은 부분에 등장하는 한문은 다소 한글세대에게는 글읽기를 매끄럽지 않게 할 수는 있겠다.

메디치가에 의해 前정권에 협력한 죄로 1512년 파면 당하고, 반역 모의의 누명으로 고문까지 당한바 있던  이 영민한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는, 1516년 집권자를 위해 [군주론]을 써서 헌정했다. 로마의 정치기술에 정통하며, 다양하고 폭넓은 외교, 군사, 정치 경험이 있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복권과 권력에의 재진입을 원한 것 같다.

정치를 도덕과 분리시켜 하나의 자체적 성공을 지향하는 기술로 바꾸었을 때, 그 효율성은 최고에 달한다. 이 정치기술의 창시자 혹은 재발견자로서 마키아벨리는 후대에도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정치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순진한 뜻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반시민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고...

그가 말하는 정치기술의 일부는 당 태종의 정관정요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백성의 지지 확보라는 점이다. [백성은 물과 같아서 정권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거스르면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동서양 모두 알고 있었던거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얻어내는 백성의 지지란 그리 순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당시 백성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법은 힘과 시늉이다. 이것도 비교적 성공적이었나 보다.  현대정치는 이런 면에서 프로파겐다의 활용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기만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뛰어난 정치기술에도 불구하고 運七技三(!)의 인생에서 결국 그는 실패한 인물이었다. 마키아벨리는 운명이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절반이나, 나머지 절반은 자기손에 있다고 믿었다. 또한, [운명의 신은 여신]이어서, 가혹하게 채찍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모델로 삼은 체사레 보르지아처럼, 결국 뛰어난 기술적 지식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오직 운이 따라주지 않아,그도 파멸을 맞는다. 기술을 숭배하는 자는 운명의 맞은편에 서게 되어 그 운행에 깔려죽게 된다는 교훈일까? 그래도 우리의 충성스런 정치테크노크라시는 기술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는 믿음만은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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