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글쓰기는 잊혀진 기술인가 아니면 이 시대에 누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기표현법인가? 많은 사람들이 여러 형태의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진정 읽을만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글이 없는 것은 글에 감정의 표출이 아닌 자신의 심정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써 내려간 글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며 그것을 읽는 상대의 시간을 아깝게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마도 이런 글쓰기를 뜻하는 것이리라.

제목에서도 보여주듯이 책의 주제는 질보다는 양이 글쓰기 연습의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원고지 10장, A4 1장은  운동으로는 10km의 기본체력이며 이 체력이 있어야 비로소 글쓰기라는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본거리는 단순히 뛰어서 가능한 거리는 아니다. 계획이 있어야만 한다. 글은 기승전결 중 전이 생각하는 순서로 가장 먼저이고 중요하므로 이것을 근간으로 글의 구성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중심 생각에 근거한 창작메모로만 장거리를 뛰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근간의 생각을 정하고 계획이 생기면 다시한번 양이다. 쓸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꺼리가 생긴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의 양도 사실은 생각의 깊이와 연관되기는 마찬가지다.그 문제에 대해 끈기있게 생각하는 것이 문장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창조적 생각과 자기만의 견해를 갖는 글을 쓰는 방법은 독서와 연결끈을 찾기 위한 사색이다. 남의 글을 읽으면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연결되어 글쓰기꺼리가 생겨난다. 그러므로 좋은 독서란 자기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독서. 즉 키워드를 정하고 읽는 것이다. 그저 읽는다면 아무것도 자신의 삶에는 와닿지도, 자신의 사고를 풍성하게도 하지 못하는 독서가 되고만다. 키워드 정하고 메모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자기주제와 책이 제시하는 주제를 연결시키는 행위이다. 사이토씨는 이것이 객관과 주관의 결합이라고 표현한다. 책의 핵심을 파악한 후 자기흥미 부분 찾으면 자기 색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서로 다른 키컨셉 (하고 싶은 말) 3가지를 연결하는 논리를 찾는 사색놀이이다. 3가지를 연결하는 방법은 누구나에게 독창적일 수 밖에 없다. 세가지 키컨셉 연결이 자신만의 잠재의식을 깨워 남과 다른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의 틀 위에 써진 글이라야 남의 시간을 허비시키지 않는 글이 될 자격이 갖추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생각 위에 차례로 건물을 올려간다. 레쥬메 작성은 각 항목마다 무엇에 대해 쓸지 백자 이하로 적어 놓는 것이다. 장-절-항목을  대강 파악하는 것이다. 이래야만 참고로 자료를 찾는다고해도 명확히 무얼 찾을지가 정해진다. 키워드 키컨셉으로 키프레이즈 (글 전체가 말하고 싶은 한마디)가 만들어지면 이 글은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같은 키프레이즈와 레쥬메를 가지고도 본격적인 글쓰기에서는 전혀 다른 글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문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체는 글을 쓰는 스타일이다. 사람마다 문체가 다른 것은 포지션 설정-자신과의 거리-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생각만을 가르치려하는 사람, 우물쭈물하는 사람,  사실만 나열하는 사람. 이것은 주관과 객관의 균형유지의 문제다. 어느 것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글쓰기라는 것이 수동적 영향을 능동적 자기생각으로 반전시키는 것이라면 스타일은 이런 영향과 자기생각의 긴장을 즐기는 행위이다. 글쓰기가 단순한 일회적 작업이 아닌 평생의 내공의 축적인 이유는 자기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문체의 변화를 시도하는 재미들이 앞으로의 글쓰기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남과 다른 나를 만든다. 빌헬름 딜타이의 말대로 남들이 제시한 개념이라는 것, 틀이라는 것을 들이대지 않고 삶의 연관과 집합적 전체를 바라보도록 하는 눈을 가지는 훈련이다. 사이토씨는 이것을 10장을 써내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표현한다. 자기만의 관점과 할 얘기가 있을 때 비로소 상세한 가지들과 이런저런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기주장을 써내려가는 10장의 분량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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