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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평점 :
챈들러의 첫장편이 발표된 1939년은 세계에 2차 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해이다. 20년대말에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던 미국은 루즈벨트의 경제정책에 힘입어 다시 재기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런 경제적 불확실성과 전쟁의 불안 속에서 대중은 싼 가격에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읽을거리인 펄프픽션을 즐겼었다. 이런 대중적 필요 위에 제대로 된 교육과 문학적 자질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던 작가들이 만나는 곳이 이런 미국 대중문학의 출발이 된다. 20-30년대 금주령 시대의 갱조직, 경제적 필요에 의한 범죄들, 방만하고 관리되지 않으며 개개인의 사건사고에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 경찰. 여기에 고독한 사립탐정이라는 한 전형이 생겨난다.
챈들러 역시 영국에서의 공무원 생활을 뒤로하고 LA에서 극빈자로 연명하는 작가였다. 생계형 작가인 그의 글은 하지만 펄프픽션이면서도 대중의 고급스런 글과 분위기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필립 말로는 범죄의 한 가운데서 25달러의 일들을 목숨걸고 해내면서도 의연한 인간됨을 갖는다. 이건 챈들러의 소망이기도 하고 이 시대에 살아남으면서도 가치있는 인간이기도 원했던 독자의 바램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대사, 촘촘한 플롯, 굵직한 메인 캐릭터, 전형이 될만한 소설로 자격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