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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로마서 7장 18-25절)
인간 즉 내 안에 있는 악을 발견하고 인정하기에는 나이가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이 그래서 어릴 때 읽을땐 읽혀지지 않던 부분이 있었던걸께다. 35살의 스티븐슨은 스릴러 추리물과 같은 이 책에서 지킬의 자술서를 통해 인간의 이면을 자세히 기술한다. 인간에게는 두가지 면이 존재하며 그 중 악의 면, 혹은 초인의 부분은 그 힘이 분출되도록 두면 결국 그 인간 전체를 파괴하고 말 것이라고. 만약 지킬은 약을 마신 후 자신이 원했다면 천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 원한건 문명과 사람들의 눈 때문에 감추어야했던 욕망들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스티븐슨이 원하였던것이 아니라고 내가 원하는것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랴? 죄의식 없는 초인.
악은 만족을 모르는 흡입구이다. 욕망은 만족을 모르고 욕망을 실현하는 자는 스스로를 붕괴시켜나간다. 그만 두리라는 결심을 한적은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정작 결심할수록 강해지는 결심할수록 힘들어지는 선한 삶. 미워하지 않으려 화내지 않으려 욕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깊어가는 마음의 습관들. 자유롭게, 이런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살면 더 이런 것에서 해방될꺼라고? 그건 거짓말이다. 그 때는 정말 돌아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만다. 이건 인류가 수천년간 경고한 그리고 속아온 가르침이었다. 그러면 차라리 뒤집어서 악을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기는 삶은? 그것을 더 건강한 것으로 여기는 시대정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초인의 세계, 니체가 권하는 인간. 새 세계는 한 인간에게 구토를 유발한다. 추악한 자신과 타인의 모습. 인간은 심미안을 좀처럼 거두지 못한다. 추악한 삶과 아름다운 삶은 혼동되기 어렵다.
여전히 악을 잠깐 즐기라는, 그건 죄도 아니라는 속임수는 아주 잘 먹히고 그것에서 자유롭기에는 인간은 너무 그걸 좋아한다. 그게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돌아서면 까먹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