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범우문고 54
헤밍웨이 지음, 김회진 옮김 / 범우사 / 198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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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바다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베푼다. 그것은 노력 없이 얻어지지 않지만 그걸 얻은 자는 그것이 선물임을 안다. 그저 또 그 일을 반복하고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 어느덧 손안에는 내가 만들 수 없는 아름다운 보물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참 삶이란 경이롭고 감격스러운지 모르겠다.

고통의 순간들, 인내의 시간들, 무너져내리는 몸과 마음의 한계들...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비록 앙상한 것 밖에 남지 않고 비록 남들이 몰라준다해도 나는 알고 있다.혹 나를 이해해 주는 그 누군가가 또 알아줄지도...작가에게는 세상에 내어놓는 책이 그러하고, 우리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한순간 순간의 삶의 궤적이 그러하다.

노인은 바다를 사랑한다. 바다는 거칠고 때로 생명을 위협하지만 바다는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어머니이다. 그곳에서만 삶의 수단, 삶의 고통, 삶의 의미가 있기에 노인은 간절한 야구소식을 뒤로 하고 그물을 손질하여 바다로 나아간다. 그곳은 살아가야하는 곳이고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생의 목적은 청새치가 아닌 바다에 기대어 사는 것 자체인지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흉터들, 햇볕에 타버려 생긴 종양, 늙어 말 안듣는 몸. 이 모든 것이 노인의 바다에서의 숨겨진 분투를  말 없이 보여줄 뿐이다. 우리의 삶은 남에게 내세워 이야기할 대단한 것이 끝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생을 건 나의 아는 것 배운 것이 이것뿐이어서 걸어온 어제, 걸어갈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래서 언젠가 초원을 거니는 사자의 꿈만큼이나 위대하고 아름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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