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버드 열림원 이삭줍기 7
허먼 멜빌 지음, 최수연 옮김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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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국과 프랑스의 전운이 감돌던 1790년대 상선,[인간의 승리]의 한 선원이 징집되어 영국의 74포 전함 [벨리포텐트]를 탄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선원이지만, 이를 참지 못하는 하사관의 모함으로 반역죄에 몰린다. 엉겁결에 내지른 주먹은 하사관을 죽게 만들고, 함장은 [배의 안전과 영국의 안녕]을 위해 그를 교수형한다.

한 시대에는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숙제가 있게 마련이다. <백경>을 쓴 허먼 멜빌은 1819년부터 91년까지의 미국역사를 산 선원이고 작가이면서 룸펜이었다.그 동안 미국은 영토확장, 골드러시를 거쳐 연이은 패권의 확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장 큰 사건은 1861년부터 65년까지의 동족상잔의 남북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명분을 내건 실리의 전쟁이었고, 수많은 유나이티드 스테이츠(그가 탔던 배)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피의 잔혹극이었다. 그의 시대 역시 몇사람의 야망을 위한 명분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시대였다. 그런 일을 수행한 함장 링컨도 빌리버드의 축복에도 불구하고 머스킷 총탄에 숨을 거둔다.

허먼 멜빌은 분명 비딱한 사람이다. 어떤 명분도 그를 설득치 못했고 그런 속보이는 명분에 놀아나는 종교도 불만스러웠다. 그 자신이 한번도 평생 갈망하던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명예도 얻지 못한, 주변의 인물로 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선원의 순진한 눈으로 본 음흉하고 꼼수 많은 뭍은 여전히 그에게 낯설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에게 마지막 유작인 이 작품은 그래서 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에이합선장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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