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가 삶을 읽어내는데 갖는 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매일 아침신문의 한컷짜리 만화, 촌철살인의 박재동, 허영만의 치밀함과 이현세의 여운. 사태의 본질이 드러나고 위선은 웃음거리로 변한다. 이런 깊이는 고우영선생과 김성환선생의 터밭에 이루어진 수확들이다.

일본만화와 궤를 달리하는 이런 우리만화의 문학적, 사회적 깊이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 우리언어와 정신에서 나온 독특한 것이다. 그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어떠하든 박광수의 만화가 던진 상쾌함과, 이제는 다소 질리게 만들지만 처음 접할때의 양영순 등은 분명 우리시대의 강력한 독해법이다.

오세영의 만화는 인물들의 고단함과 주제에 대한 침묵이 김동인을 닮아있다. 그래서 1995년의 만화보다는 1980년이나 그전의 정서를 자극하는 고전적 냄새가 난다. 이책에 실은 그의 만화는 단편적 성격으로 인해 즐기는 만화가 아닌 주제의식이 있는 만화로서 함량이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뛰어난 주제의식과, 전통적인 단편소설과 70-80년대 민중소설의 맥을 잇는 문학적 분위기가 녹아나는 2000년대의 거작을 바라는 것은 작가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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