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대 비극 - 범우비평판 세계문학선 3-1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이태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햄릿]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의 셰익스피어판이다. 오레스테스가 부친의 살해자에 대한 복수에 별 감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은데 비해 셰익스피어의 오레스테스는 번민과 갈등으로 복수에 주저한다. 더욱더 인간적인 인물이다. 한편으론 오레스티아 3부작의 비극적 주인공이 결함을 가진 클리타이메스트라라면, 그래서 심판관인 아들앞에 갈등과 비참한 죽음을 맛보는 인물이라면, 여기서는 복수의 과제를 짊어졌으나 번민하는 나약한 햄릿이 비참한 죽음의 주인공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에게 있어 부모 양측에 얽힌 애증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은 그래서 더욱 비극적이다.

[리어왕] 일찍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괄시 받으며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비참한 왕의 슬픔이다. 일찍 유산을 주지마라. 자식의 사랑이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과 같지 않음을 어찌 그리 모르나?  리어왕의 결점은 또한, 사람의 진심을 볼줄 모르는 감정적 판단에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딸을 미워 내치고 입으로만 자기비위를 맞추는 딸들을 믿는 어리석음. 감정이 앞서 진심을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의 비극이다.

[오델로] 또 한 사람의 용맹한 군인, 앤토니와 같은 냉정한 이성과 품위, 용기와 덕행의 상징 오델로는 한 악의적 참소자의 말에 속아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는 결함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와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다. 질투의 감정이 앞서 사랑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믿음을 회복하지 못하는 전형이다. 어찌 살면서 나를 파멸로 몰고 가려는 악한 자 하나 만나지 않는 사람이 있으랴? 오델로는 그 덫에서 모든 걸 잃고 만다.

세익스피어의 비극의 인물들은 오델로처럼 한가지 결함, 한번의 실수, 한번의 권력의 유혹(맥베스), 한번의 우연과 악한자의 개입으로 모든 걸 잃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사실 [4대 결함]을 모두 갖고도 별 비극적 결말을 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주인공들은 모두들 죽음으로 끝맺는다. 사실 그들의 죽음이 정당한 악에 대한 판결이기는 하다. 그래서, 이 극을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우리는, 스스로 저지른 악의 결과를 당하지 않는, 면제를 내심 축하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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