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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인간의 삶은 결국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통찰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 책은 솔제니친이 겪었던 강제노동수용소의 생활 그 자체를 독자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과연 껍데기를 모두 발라낸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끝장을 덮고 나서부터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감사와 행복, 가족과 가장, 권력과 특권, 노동과 기쁨, 종교와 환경,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는 인생의 알맹이들. 그래서 인생의 축약이기도 하다.
감사라는 것, 그것은 바로 현재의 삶이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과 안락속에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끼어드는 앞차들, 무례한 버스, 택시 모두 감사한 것들이었다는 걸 어찌 알 수 있었으랴. 가족들은 나를 기다리고 그들의 즐거운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 언제나 내 편인 가족들이라는 삶의 베이스. 도대체 뭐가 불만인가? 인간은 얼마나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고 얼마나 큰 것에도 시큰둥한지.
특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본다. 특권은 필요할 때 암묵적으로 구성원이 공감하고 이양하는 권리이다. 누가 스스로 빼앗거나 독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권력과 특권은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에게 한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 가도록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요소이고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한편으로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대한 복종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왜 늘 잊혀지고 잡음들이 오늘도 끊이지 않나?
이외에도 수많은 삶에 대한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인사이트들이 이 책안에 숨어있다. 아마도 단순한 삶의 알맹이만이 남은 인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군대 훈련시절의 어려움이나, 물이 부족해 몸도 못 씻던 케냐에서의 기억을 잊어버리듯 이 책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리게 될까? 그러면 다시 일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옅어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고 고마운 느낌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